아베노믹스는 ‘2∼3%의 인플레이션 목표, 무제한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침체에서 탈피시키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2012년 12월 취임)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고(円高) 탈출을 위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속칭 ‘세 개의 화살’ 전략이다.

“세 개의 화살”이란 명칭은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한 구전설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1500년대 모리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영주가 세 아들에게 화살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꺾어보라고 했더니 세 명 모두 화살을 쉽게 꺾을 수 있었지만, 화살 세 개를 한꺼번에 주고 꺾어 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세 개의 화살을 한꺼번에 꺾지 못했다는 일화다. 분열하면 실패하지만, 협력하면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은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제한 없는 양적완화를 하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991년, 그러니까 장기침체가 처음 시작되던 해에 3.3%를 기록한 이후 아베노믹스를 시작한 2013년까지 한 번도 2%를 넘어 본 적이 없었다. 1997년의 1.76%가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2%의 인플레이션을, 2014년 말까지 달성하겠다는 초기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이 얼마나 야심찬 목표를 겨누고 있던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은 SOC(사회간접자본)를 중심으로 하는 막대한 재정지출 확대이다. 아베정부는 2015년 중 경기 회복을 위해 추경예산 13조엔을 편성했다. 이 때문에 2013년 GDP(국내총생산)의 11.5% 수준이었던 재정적자 규모는 2015년 이후 더 늘어나게 됐다. 2016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 부채는 GDP의 200%를 훨씬 넘어 지속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다. 앞으로 재정 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일본 인구는 빠르게 감소 중이고 인구 노령화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은 성장전략이다. 당초에는 개방을 확대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며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정도의 골자가 제시됐다. 이후 고용 유연성 확보, 원격 진료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 과감한 규제개혁 등을 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과 비슷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아베노믹스는 저성장 탈출을 위한 일본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장기적 지속성, 성공 가능성 면에서 위험성이 존재한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2015년까지 3년간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되는 엔저(低)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지속해 왔다. 이 탓에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 작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았고 국가 부채는 GDP의 200%를 훨씬 넘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도 급격히 늘면서 재정 적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재정 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일본 인구는 빠르게 감소 중이고 인구 노령화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최근 40년 만기 장기 국채 발행을 20% 늘리기로 한 것도 재정 압박을 덜기 위해서다. 금액으로는 2조4000억엔(약 22조98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아직 일본 경제 지표는 확연히 좋아지지 않았다. 저유가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엔고(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일본은 대규모 양적 완화 효과가 사라지며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 일본의 2015년 11월 수출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둔화 여파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내수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내구재를 대표하는 자동차 판매는 2015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도 일본은행의 목표치 2%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의 2015년 1∼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97%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구로다 하루히코(사진) 일본은행 총재가 재정압박에도 향후 수년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5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일본을 지목했다.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마구치 유타카(山口泰) 전 일본은행 부총재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완화로 물가만 올리면 된다는 환상을 버리고 인구 감소에도 성장력을 유지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