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프린터로 만든 인공 시신으로 의대생을 교육한다. 재활 치료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한다. 구글글라스를 이용하면 응급 환자의 신속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시회인 ‘2016 아랍 헬스’가 25~28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세계 163개국에서 1만3000여명의 헬스케어 전문가가 참여했다.

중동 지역은 의료시설이 부족해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5~5%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7%의 절반 수준이다. 중동은 국가 차원에서 병원을 늘리고 헬스케어 혁신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16 아랍 헬스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헬스케어산업 트렌드를 살펴봤다.

아랍에미리트(UAE) 건국 대통령인 셰이크 자이드 알 나흐얀(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6 아랍헬스 개막식 모습.

①3D프린팅 인공 시신으로 의대생 교육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아랍헬스에서 3차원(D) 프린팅으로 제작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선보였다. 의대생과 레지던트는 이 카데바로 해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장기(臟器), 뼈 등의 세부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수술을 위해 진행되는 수술 사전 시뮬레이션에도 카데바가 이용된다. 리안 클래티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소장은 "3D 프린팅 기술은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라며 ”실제 카데바는 구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3D 프린팅 카데바를 이용하면 의대생들이 쉽게 해부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부문에서 3D 프린터의 역할은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과 접목해 3차원 진단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 진단이나 병리 진단 교육에도 활용된다.

②정신건강까지 챙겨주는 웰니스 센터

UAE는 2018년까지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웰니스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웰니스 센터란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의 개념을 넘어 일반인의 신체와 정신 건강까지 챙겨주는 곳을 말한다. 웰니스 센터에는 운동 치료, 미술 치료, 스파, 피부 미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배더 새이드 하렙 두바이헬스케어시티 최고경영자(CEO)는 “웰니스 센터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며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3D프린터로 만든 카데바, 로봇 엑스레이, 두바이 웰니스센터, 스마트폰 초음파

③사람 대신 치료하는 의료 로봇

중동 지역에 의료 로봇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의료기기 기업 아라비안 밀레니엄메디컬 트레이닝(AMMT)은 아랍 헬스에서 재활 치료를 돕는 로봇을 공개했다. 장애인이나 사고로 다친 환자, 노인 등이 신체 재활이 필요할 경우 재활 로봇이 반복 동작을 도와준다.

지멘스 헬스케어는 로봇 엑스(X)레이인 '멀티톰랙스'를 출시했다. 환자가 촬영실에 누워있으면 로봇 팔이 환자의 촬영 부위를 선택해 X레이를 찍는다. 지멘스 관계자는 “로봇 치료는 의료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다”라며 “환자들도 이전보다 편리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④IT 접목 디지털 헬스케어

GE헬스케어는 두바이 술리먼 하비브병원에서 구글글라스를 이용한 치료를 시작했다.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의 융합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했다. 구글글라스는 안경에 컴퓨터가 내장돼 환자와 컴퓨터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의사가 구급차에서 구글글라스를 착용하면 환자 상태를 실시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병원에 있는 다른 의사와 영상 통화로 협진할 수 있다. GE헬스케어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진단 기능을 향상시키고 치료 성적을 좋게 만든다”라며 “환자의 비용 부담은 줄이고 편리하게 치료받게 한다”고 말했다.

필립스 헬스케어는 스마트폰에 초음파 기기를 연결하는 무선 초음파를 내놨다. 의사가 주머니 속에 무선 초음파를 넣고 다니면 청진기 대신 간편하게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⑤국경이 사라지는 의료관광

두바이는 2020년 이후 세계 의료관광의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외국 병원 유치와 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더 새이드 하렙 두바이헬스케어시티 CEO는 “지난해 세계 인구는 73억명이었고 2050년에는 96억명으로 늘어난다”라며 “인구 고령화 문제로 세계의 의료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병원들도 중동 의료관광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이 UAE 아부다비에 문을 열었고, 올해 펜실베니아대병원도 아부다비에 병원을 짓는다. 우리나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도 지난해 UAE에 진출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병원은 2018년 100병상 규모로 두바이에 문을 열기로 했다.

라일라 알마 조크 두바이헬스사업부 이사는 “2020년까지 두바이에 더 많은 병원과 의사, 간호사가 필요하다”며 “두바이는 의료관광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