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의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인공지능(人工知能)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Minsky·88)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그가 설립한 MIT 미디어랩은 25일(현지 시각) "민스키 교수가 24일 보스턴에서 뇌출혈로 세상을 떴다"면서 "그는 가장 빛나고 독특한 선구자였다"고 추도했다.

민스키 교수는 학문이 세분화된 오늘날에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수학자이자 컴퓨터공학자, 로봇공학자, 발명가였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을 한 음악가이자 철학자, 교육학자로도 활동했다.

1960년대 마빈 민스키 MIT 명예교수가 자신이 발명한 로봇 팔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버드대를 거쳐 프린스턴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사람과 기계의 차이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1951년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진공관을 이용해 사람의 뇌를 본뜬 세계 최초의 신경망 컴퓨터 'SNARC'를 만들었다.

1959년에는 MIT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민스키 교수가 처음 만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돼야 한다는 개념을 처음 제시해 인터넷의 시초로 불리는 '아르파넷(ARPANET)' 탄생을 이끌었다.

그는 '사람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철학으로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사람의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연결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각각의 세포가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결국 구성 요소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 연구는 모두 민스키 교수의 이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획기적인 발명품도 여럿 만들었다. 1950년대 중반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시각 스캐너와 촉각을 느끼는 기계 손을 혼자서 제작했다. 생물학과 화학 실험실의 필수품인 공초점 현미경은 1956년, 삼성VR 등 가상현실 기기에 활용되는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1963년 발명했다.

그와 함께 1980년대 '상상력 발전소'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을 설립한 니콜러스 네그로폰테 MIT 명예교수는 "최고의 학자를 키워내는 스승의 대명사였다"고 말했다.

민스키 교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교육법을 MIT 미디어랩에 도입했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먼드 커즈와일 구글 이사가 그의 제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