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고 킁킁거리는 행위를 '틱 장애'라고 한다.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운동틱’과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음성틱’으로 나뉜다. 학계는 어린이 10명 중 1명 꼴로 틱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성인이 되면 자연 치료되거나 증상이 약해지지만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뚜렛증후군’으로 발전한다.

틱 장애 질환이 있으면 육체적,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 발병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뚜렷한 치료법도 없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기관인 한국뇌연구원 케빈 맥케인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음성틱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원숭이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20일(현지시각)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론’에 발표했다. 심리적인 긴장감이나 답답함을 털어내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반자발적으로 음성틱을 한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6마리의 일본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원숭이 뇌의 중격의지핵에 ‘GABA’ 억제 약물을 주입해 반응을 살폈더니 GABA 억제 약물이 투입된 원숭이에게 음성틱 반응이 나타났다. 중격의지핵은 뇌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해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다. GABA는 중격의지핵의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약물 투입으로 GABA의 기능을 억제시켰더니 중격의지핵에서 기분과 감정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못해 음성틱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음성틱 원숭이.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음성틱 원숭이’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해 관찰했다. 그러자 원숭이가 음성틱을 일으킬 때마다 뇌에서 감정에 관여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격의지핵(NAc)과 전대상피질(ACC) 등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음성틱의 원인을 보다 세밀하게 알아보기 위해 변화가 생긴 뇌영역에 전극을 삽입해 음성틱 반응이 일어나기 전후의 전기생리학적 신호(LFP)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중격의지핵(NAc)과 전대상피질(ACC)에서 비정상적인 LFP 신호가 나올 때마다 음성틱 반응을 보였다. LFP 신호는 뇌의 신경 전달 신호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류 반응을 뇌에 삽입한 미세전극으로 측정한 신호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비정상적인 LFP 신호가 없어도 음성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석하기 위해 이번에는 원숭이 뇌의 뇌파를 분석했더니 음성틱 반응을 보일 때 뇌파의 한 종류인 ‘알파’파가 중격의지핵(NAc)과 전대상피질(ACC) 등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인간의 뇌파는 주파수 진동폭에 따라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파로 나뉘는데 알파파는 편안한 감정 상태일 때 나온다. 결국 뇌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음성틱 반응을 일으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맥케인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심리적인 긴장감이나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할 때 음성틱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치료 방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본 국립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와 일본 교토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공동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