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등 세계적인 IT(정보통신) 기업들이 또다시 불법 아동 노동과 연관됐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국제사면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서부의 콩고 코발트 광산에서 이뤄진 아동 인권 유린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전자부품소재 계열사인 삼성SDI는 콩고 광산에서 아동 노동으로 캔 코발트(cobalt)를 공급받아 만든 스마트폰 배터리를 최종 소비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했다. 코발트는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이고 아프리카는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곳이다. AI가 적발한 ‘콩고 동팡 광산’의 소유주는 중국 하아유 코발트사로 거의 모든 다국적 IT기업이 하아유 코발트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AI는 지난해 4~5월 콩고 광산 5곳의 전현직 광부 87명과 광물 무역상 18명을 인터뷰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중 18명은 어린이였다. AI가 삼성 이외에 아동노동 의혹을 제기한 IT기업들은 LG화학(051910), 애플, 레노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12곳이다. AI는 "이들 기업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OECD가 제정한 노동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은 애플과 함께 아동 노동 논란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에 본부를 둔 중국 노동자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LW)가 "최소 20명의 청소년이 삼성 휴대전화를 만드는 둥관신양 공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폭로를 하면서, 이 협력업체와의 납품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도 같은 단체로부터 "삼성전자가 중국 공장에 있는 근로자에게 법적 근무시간의 최대 5배나 많은 잔업 근무를 시키는가 하면 의자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등 기본적인 노동권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전자(005930)는 당시 100여명이 넘는 조사인력을 투입하고,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단가(單價)뿐 아니라 도덕적인 요소도 고려하고 납품업체들이 지켜야 할 규칙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에 '아동 노동 착취'라는 꼬리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회사일수록 브랜드 평판이 실추되는 건 큰 손해다"고 말했다.

코발트(왼쪽 위)와 코발트 유통 과정.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이 '분쟁 광물' 논란에 다시 불씨를 댕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가 된 코발트는 유럽연합(EU)이 분쟁광물로 추가할 것을 고려하는 광물이다. 분쟁광물은 콩고 등 중앙아프리카 10개국에서 나오는 주석과 탄탈륨, 텅스텐, 금 등 4대 광물을 말한다.

지역 군벌이나 반군 세력들이 이들 광물의 유통경로를 장악하고 있으며, 광물을 판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광물을 채굴한다. 때론 살인도 서슴지 않으면서 광물 유통권을 쥐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광물을 쓰는 기업들은 ‘피의 광물’을 쓴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됐고, 기업들 역시 비도덕적인 광물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2014년부터 기업들이 광물을 둘러싼 아프리카 내전이나 분쟁을 부추기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에서 분쟁광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분쟁 광물을 많이 쓰는 전자회사인 삼성과 LG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분쟁광물 사용여부를 광범위하게 조사해 관리하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문제가 된 코발트 광산 회사와 직접적인 사업 관계는 없다"고 AI 보고서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SDI는 "공급망의 복잡한 체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광물 공급자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며 "삼성SDI로 조달된 코발트가 노동 착취 광산에서 온 것인지 자체적으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협력사에 삼성의 윤리·정도경영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며 "아동노동 위반에 대해서는 일체 타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