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작년 4분기(1~12일)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 시즌'이 개막됐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잠정치가 시장 예상보다 7% 정도 낮은 6조1000억원으로 나와 시장의 실망감이 커진 가운데 다음 주에 대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잇달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이 어두워 '베어마켓'(하락장)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베어마켓은 고점 대비 20% 이상 주가가 빠지는 장세를 가리킨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 155개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7조289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1%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4분기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였던 29조2172억원에서 6.6%나 눈높이가 낮춰진 것이다. 이는 수출·생산 등이 부진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영업 활동이 위축된 것이 실적 전망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총 상위 10개 중 6곳, 실적 악화할 듯

이미 실적 잠정치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지난해 합병한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곳 중 6곳이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7.49%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시가총액 2위 한국전력은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8.74%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아모레퍼시픽(-14.48%), LG화학(-27.12%), 삼성생명(적자 전환) 등도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현대차(14.98%), 현대모비스(18.21%), 네이버(12.64%), 삼성SDS(53.41%) 등은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업종별로는 희비가 있었다. 음료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65.73%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고, 전력(-57.33%), 항공운수(-42.50%), 은행(-41.76%) 등의 업종이 뒤를 이었다. 반면 IT 서비스 업종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08.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가장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계(92.03%), 백화점(60%), 게임 소프트웨어(53.95%), 의료장비 및 서비스(42.18%) 등 업종의 영업이익이 4분기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보다 나아졌어도 옥석 가려야

증권사들은 작년 4분기 기업 실적은 전 분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및 부품, 반도체, 운송, 기타 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나아지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투자를 결정할 때는 실적 개선 내용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4분기 영업실적은 전 분기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약 업종은 1년 전보다는 영업이익이 172.6% 늘어나고 바이오 업종도 91.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해외 기술 수출을 이어갈 수 있는 제약사, 의료기기, 미용 분야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화학 업종 등은 전년보다 실적이 나아지는 것으로 전망되기는 했지만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유·화학업종은 국제 유가가 더 내려가면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제품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실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한 해 대규모 적자를 이어왔던 조선 업종이 작년 4분기에 338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3사가 과거에 수주한 대형 해양 프로젝트를 인도하는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때는 올 2분기부터이기 때문에 최소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