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요동치면서 국내 산업계에 ‘차이나 한파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소비 심리 위축이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 사업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기업들은 올해 실적 목표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은 1371억달러(164조원)로 2014년 대비 5.6% 감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작년 중국 증시 하락이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직격탄이 됐다. 지금처럼 중국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 자동차, 전자 등 소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철강, 부품 소재는 물론 각종 인프라 사업까지 타격을 받게 돼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기계 업계, 중국 경기 침체 직격탄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은 중국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6톤급 굴삭기 HX60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2011년 17만2000대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5만대 이하로 70% 가량 줄었다. 시장 크기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 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급감했다.

2000년대 중반 50%에 달했던 점유율이 최근 10%를 밑돌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70~80%나 줄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실적 부진으로 네 차례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20% 정도가 회사를 떠났다. 인력이 3900명까지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0월과 11월 중·대형 굴착기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2012년만 해도 중국 매출 비중이 13~14%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는 6%도 안 된다. 더 이상 중국 시장에서 뭔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른 시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화학업계도 중국 수요 부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이 산업용 연료로 디젤(경유)을 많이 쓰는데,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발 금융 위기가 감지되면서 디젤 제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신용에 문제가 없는 중견 기업 이상과 수출 계약을 맺고 있어 당장 피해는 없지만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자국 투자 증가율이 2014년 15%에서 지난해 10%로 낮아졌다.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증가율도 둔화됐다. 지금 추세로는 수요는 부진하고 공급은 과잉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화물들이 항공기에 운반되고 있다.

자동차, 휴대폰 업계도 중국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대수 목표를 지난해보다 7만대 낮춘 813만대로 잡았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판매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경기둔화는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심리 약화는 삼성전자·LG전자의 휴대폰사업에 악재다.

◆ 해운 물동량·항공 화물 감소 우려

작년 실적 부진에 시달린 해운업계는 올해 2월 ‘춘절 특수’가 사라질까 염려하고 있다. 컨테이너 시장은 전통적으로 1월 말~2월 초 물동량이 많아져 운임이 올라간다. 춘절 기간 동안 바짝 매출을 늘려야 하는데, 기대 보다 물동량이 적으면 연간 실적 달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에서 중국 물량의 절대 비중이 상당히 크다. 증시 하락만 두고 앞으로의 전망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올해도 시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중국 수출 물량 감소로 화물 운송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객에서도 자국 경기가 나빠져 한국 여행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올해도 ‘보릿고개’가 이어지면서 업황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수주 협상을 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현재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홍희 한국무역협회 차이나데스크 부장은 “지난해 중국의 수입 규모가 15%나 줄었다. 당장 증시 폭락과 실물 경기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금의 상황이 우리 경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