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최근 진행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았던 한진중공업이 전격적으로 자율 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은행들이 예상치 못했던 손실을 입게 됐다.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채권단은 대출 상환을 유예하거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신, 구조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자율협약은 출자전환, 감자 등이 뒤따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보다는 강도가 낮은 구조조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한진중공업 익스포져(대출, 회사채 투자, 보증 등)는 1조3000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8233억원, 시중은행이 4629억원, 지방은행이 400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EB하나은행이 1650억원, 우리은행이 1640억원, 국민은행이 1080억원, 신한은행이 260억원을 보유 중이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은 한진중공업의 건전성을 ‘정상’으로 편입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 또한 주력 사업부문이 조선과 건설이어서 리스크 요인이 크다고 진단해왔으나 그동안 사측이 재무구조 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조선3사에 비해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고 자랑하곤 했다”면서 “작년말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양호한 상태인 걸로 나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한진중공업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로 한단계 하향 조정할 경우 금융회사들은 전체 익스포져의 7%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경우 발생하는 손실액이 하나은행은 110억원, 우리은행은 10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순이익의 1%가량이라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2000억원 가량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자산 매각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인천 북항부지 등을 주요 자산으로 갖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을 수락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의 재무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율협약은 협약채권자(은행)가 100% 동의해야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