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도시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10월부터 1만원대 고가(高價) 도시락 제품 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명이나물과 키조개 관자, 더덕 등을 식재료로 썼고, 갈비구이와 나물류 등 기름에 튀기지 않은 반찬을 늘렸다. 이진영 본아이에프 실장은 6일 "도시락 회의를 하는 직장인이나 조찬 모임을 갖는 고위 임원 등을 겨냥해 고급화한 것"이라며 "밥과 반찬, 국 용기를 고정하는 전용 받침대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값을 올렸는데도 최근 석 달간 1만원 이상 고가 도시락의 매출은 4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서울 양평동 롯데중앙연구소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연구팀원들이 갖가지 식재료를 들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가격이 일반 도시락의 두 배 이상인 도시락을 이달 중 출시한다.

도시락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싼 3000~4000원대 도시락을 놓고 경쟁하던 업체들이 최근 고급 도시락 시장으로 전선(戰線)을 확장하고 있다. 도시락을 파는 업체도 편의점과 도시락 프랜차이즈에서 대형 마트와 식품회사로 확대됐다. 이는 현재 2조5000억원 규모인 도시락 시장이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문화 확산으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3사, 연초부터 도시락 전쟁 2라운드 돌입

연예인 모델을 앞세운 도시락으로 지난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편의점 3사는 올 초 도시락 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주요 타깃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아낀 시간을 학원 수강이나 운동 등 자기 계발에 활용하려는 직장인들을 포함한 것이다.

지난해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를 앞세운 '혜리 도시락'으로 매출을 늘린 세븐일레븐은 이달 중 일반 도시락보다 2배 이상 비싼 도시락을 내놓는다. 전복이나 장어, 바닷가재 등 해산물과 목초를 먹여 키운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밥과 반찬을 합해 450g 정도이던 도시락 중량을 720g으로 늘린다. 코리아세븐 김태우 밥 소믈리에(쌀 관련 지식을 인증받은 전문가)는 "밥을 짓는 쌀도 농협 혼합미에서 가격이 10% 정도 더 비싼 삼광쌀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GS25는 흑미·팥·렌틸콩 등을 사용한 잡곡밥과 찐 닭가슴살, 연두부, 샐러드와 반숙란, 야채 볶음 등을 넣은 도시락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GS25 관계자는 "식재료의 열량과 나트륨·당 함량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CU는 요리 연구가 백종원씨를 앞세운 도시락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전국 5곳 제조 센터의 생산 라인과 인력을 2배로 늘렸다. 주문이 밀리자 도시락 예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형 마트는 '집밥용 도시락' 속속 출시

대형 마트들은 맞벌이 부부 등을 타깃으로 삼고 도시락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구입 즉시 사무실에서 먹는 편의점 도시락 수요와 달리, 집에 가져가서 다음 날 아침이나 점심식사 때 먹으려는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상진 이마트 가정간편식 구매 담당은 "전국 40여개 매장에서 최근 5개월간 6만여개를 판매했고 품목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4980원짜리 도시락 4종을 판매하고 있다.

원양어업과 수산물 유통업체인 동원수산은 일본 도시락 1위 업체인 호토모토사와 손잡고 이달 중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다. 김창한 동원수산 식품부장은 "4000~5000원대 일반 도시락과 1만~2만5000원대 주문 도시락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락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4년 전체 가구의 27%를 차지한 1인 가구는 2020년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락의 주력 구매층인 1인 가구가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체기에 들어선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에는 뛰어들 만한 매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