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오디오 브랜드가 최고급 세단에 잇따라 장착되는 등 자동차 업계에 '카 오디오' 경쟁이 뜨겁다. 고급 세단이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 휴식 공간으로 부각되면서 귀를 즐겁게 하는 오디오가 판매 승부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 EQ900'에 설치된 렉시콘 오디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내놓은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 EQ900(신형 에쿠스)'에 미국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렉시콘'을 장착하고 국산차 최초로 '클래리파이(Clari-Fi)'라는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렉시콘은 영국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 팬텀'에도 탑재됐으며 '클래리파이'는 MP3처럼 압축된 음원 파일을 CD 수준의 음질로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기술이다. 한미수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미국 음향 전문가를 초빙해 두 달간 열 번 넘게 미세 조정 작업을 거쳤다"고 했다.

벤츠는 S클래스 세단에 시스템 가격만 7000달러(약 820만원) 정도 하는 독일 '부메스터' 오디오를 탑재하고 스포츠카인 SL 클래스에는 '프런트 베이스'라는 독자 기술을 적용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발밑 공간을 일종의 '공명장치'로 활용해 소리를 키우는 방식이다.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해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한 벤츠 S클래스.

BMW는 신형 7시리즈에 영국 '바우어스앤윌킨스(B&W)' 오디오를 달았다. 스피커 진동판에 알루미늄 대신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한 특수 가공 소재를 넣어 더 섬세한 고음을 낸다.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링컨'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MKX'에 글로벌 음향 전문기업 하만의 최상위 브랜드인 '레벨' 오디오를 장착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고급차들은 주행 성능이나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며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카 오디오 같은 감성 품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