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통신기술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상용화에 성공합니다.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상용화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일대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이 세계 이동통신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국가로 단숨에 부상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 LG전자는 휴대전화 제조 부문의 최강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최첨단 기술을 먼저 도입해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TestBed·시험 무대)’ 전략을 과감히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25년 전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샌디에이고의 작은 벤처 기업이었던 퀄컴의 CDMA 기술을 눈여겨보고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섰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테스트베드 전략이야말로 또 다른 창업이자 연구개발(R&D)이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국가 전략입니다.

한국이동통신이 1996년 3월 28일 서울 힐틀호텔에서 이수성 국무총리,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 정근모 과학기술처장관,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최초로 디지털 휴대폰(CDMA방식)상용화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조선미디어 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테스트베드 코리아(TestBed Korea) - 한국 산업이 갈 길’ 기획을 시작합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제조업의 위기로부터 출발했고, 그 바탕에는 ‘국가 산업전략의 부재(不在)’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테스트베드 코리아’ 기획의 목적은 국가 산업전략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는 데 있습니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명실상부한 테스트베드로 거듭난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을 잡고 학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테스트베드 코리아 추진단을 발족합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없는 섬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제주도는 발전 설비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바꾸고 수송수단은 전기자동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전기자동차 1위 업체 테슬라가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제주도였습니다.

테스트베드 코리아 추진단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 워킹 그룹(실무반)을 구성했습니다. 워킹 그룹에는 윤혜선 한양대 법대 교수, 이광열 삼정KPMG 경제연구원 상무,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 교수,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 이종수 서울대 공대 교수, 조재열 서울대 공대 교수, 허성욱 서울대 법대 교수(이상 가나다순)가 참여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시험하는 것은 기술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 전략과 국가의 정책, 규제까지 얽힌 복잡한 이슈입니다. 워킹 그룹의 구성원을 첨단 기술, 산업 전략, 법률 전문가들로 폭넓게 구성한 이유입니다.

워킹 그룹은 원격 의료, 가스 터빈, 자율형 자동차,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등 주목해야 할 최첨단 분야의 사례 연구를 시작합니다. 워킹 그룹은 해외의 테스트베드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규제 혁신과 이해 관계자 갈등 등 사회경제적 문제도 연구합니다. 또 국가 산업전략에 대한 테스트베드 코리아 연구보고서도 내놓습니다.

테스트베드 코리아 추진단은 올해 하반기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테스트베드 코리아- 한국 산업이 갈 길’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산업 지형의 흐름을 짚어보고 한국 산업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스페이스-X가 최근 ‘팔콘-9’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스페이스-X는 이번에 발사한 로켓을 지상에서 안전하게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석학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분석마저 오만(傲慢)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떨어졌고 인도가 한국의 경쟁자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은 추락했습니다.

테스트베드 코리아는 한국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는 아니지만 여러 문제를 돌파하는 유력한 해결책입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기술 혁신이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기입니다. 제2, 제3의 CDMA 성공신화를 찾는 ‘테스트베드 코리아 - 한국 산업이 갈 길’ 기획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