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언론을 통해 부인인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SK그룹 지배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 관장이 위자료 명목으로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룹 지배 구조와 경영권에 미칠 영향은 적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의 ‘친정'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고, 두 사람이 27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 점을 비춰볼 때 최악의 경우 노 관장이 최 회장 보유 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재산 분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우).

최태원 회장의 자산은 SK그룹 지주사인 SK(034730)주식 1646만5472주(23.4%)이 대부분이다. 29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4조1905억원이다.

SK케미칼 1만1861주(0.05%), SK케미칼 우선주 8만7515주(3.11%), SK텔레콤 100주(0.00%) 등 보유 주식을 합치면 최태원 회장의 주식 총액은 4조1942억원 가량이다.

지난 8월 지주사인 SK와 SK C&C가 합병, 최 회장의 지분율이 32.9%에서 23.4%로 낮아졌지만,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SK 주식 525만주(7.46%)를 합치면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고 재계에선 보고 있다.

SK케미칼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부회장이 306만주(14.68%)를 보유해 최태원 회장 측이 확고한 경영권을 갖고 있다.

노소영 관장은 SK 8616주(0.01%), SK이노베이션 8000주(0.01%)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32억원 수준이다.

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의 1남 2녀들이 보유한 SK그룹 계열사 지분은 없다. 외견상 노 관장과 자녀들의 보유 지분 자체가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이혼 위자료와 재산 분할이 이뤄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사람이 1988년 결혼한 이후 SK그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퇴임 이듬해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을 인수했고, 2011년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4년 말 기준 그룹 자산총액은 165조원에 달한다.

노 관장의 경우,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통신, 에너지 사업 운영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법률상 최 회장 재산의 최대 50%를 분할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과거 법원은 전업 주부의 경우, 부부 재산 분할 비율을 30% 이하로 했으나, 최근 여성의 직업 유무에 관계 없이 부부 재산의 50%를 분할하도록 판결하는 경향이라고 법조계 관계자는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 부부가 서로 상처가 큰 이혼 소송을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금액이 위자료 또는 재산 분할 명목으로 노소영 관장에게 갈 가능성은 높다. 경우에 따라서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