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29일 밝혔다. 1988년 재벌가와 대통령 집안의 결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갈라서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이 결혼한 1988년 이후 SK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011년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사세가 크게 확장됐다.

따라서 이혼 성립 여부 못지 않게 위자료와 재산 분할이 얼마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법조계에선 경우에 따라 '세기의 이혼 재판'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 회장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이혼 과정은 크게 협의 이혼, 조정 신청, 재판(소송) 이혼 세 가지다.

이현곤 변호사(46·사법연수원 29기)는 “최 회장이 언론에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두 사람이 이혼에 관해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가능성도 의문이다. 결국 이혼 조정 신청 단계를 선택할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왼쪽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오른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 법조계 “최태원 회장, 이혼 ‘조정 신청’이 유력”

협의 이혼은 두 사람이 가정법원으로부터 허가만 받으면 서면으로 이혼이 성립한다. 두 사람이 재산 분할 등에 합의해 법원에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협의 이혼은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 1개월 숙려 기간을 거친다.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회장 부부가 협의 이혼 보다는 이혼 조정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정 신청은 부부가 이혼, 재산 분할, 양육권 문제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밟는 절차다. 두 사람의 의사가 엇갈리면 법원이 조정 기일을 잡아 조율을 시도한다.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넘어간다.

만약 최 회장 부부간 의견 차이가 크다면 이혼 조정 절차 없이 곧바로 소송을 낼 수도 있다. 조정이 법원의 인증을 받는 차원이라면, 소송은 법원에 누가 옳은지 가려 달라는 것이다.

최 회장이 먼저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 판단하면 법원이 혼외자를 낳은 최 회장을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 있는 유책 배우자로 볼 가능성이 크다. 매우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반면 노소영 관장의 입장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조정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지만 노 관장이 정식으로 이혼 재판을 청구하고, 재산 분할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세기의 결혼'은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회장이 이혼 결심을 밝힌 만큼, 노 관장의 결심에 따라 이혼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 재산 증식에 기여도 높았던 노 관장...재산 분할 방법, 액수 관심

이혼의 형식이 어떻게 되든 쟁점은 재산 분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이 다 성장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육권 다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재산 분할은 통상 ‘결혼 생활 파탄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느냐’와는 별개로 재산 형성 기여도를 고려한다.

최근 판결에서는 결혼 이후 불어난 재산의 절반까지 배우자에게 주도록 하고 있다. 재산분할은 이혼 절차와 함께 논의된다. 세기의 결혼으로 관심을 모은 탤런트 고현정(44)씨는 2003년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혼하며 위자료로 15억원을 받았다. 대신 양육권은 정 부회장이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는 2004년 이혼 당시 회사 지분의 1.76%인 35만6461주(300억원)를 전 부인 몫으로 분할했다. 최 회장 부부의 경우 1988년 결혼 이후 불어난 SK그룹의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재산 분할 액수는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노 관장이 얼마나 부부 재산 증식에 기여했느냐다.

김수진(48·사법연수원24기) 평화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노 관장은 50% 이상의 재산 분할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노 관장이 재산 증식에 기여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노 관장은 20~30% 정도 재산을 분할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노 관장은 현금을 원해도 회사 경영권 압박용으로 주식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주식을 최대한 덜 주고 싶지만, 30%만 되도 금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 주식을 어느 정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했다.

이인철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42·사법연수원 34기)는 “통상 일반 가정의 경우 재산 분할이 40~50%선, 재산 규모가 몇 백억·몇 천억 되는 재벌가는 재산 증식 기여도에 따라 재산 분할이 10~20%선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부의 경우 다른 재벌가 이혼 사건과 달리 노관장의 재산 증식 기여도가 크다. 노 관장 아버지인 노태우 대통령이 SK그룹이 통신·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만큼 노 관장은 더 높은 비중의 재산을 분할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30~40%의 재산 분할을 예상한다”고 했다.

최 회장의 자산 가치는 4조9000원으로 추산된다. 30~40% 분할이 된다고 가정하면 1조4000억~1조9600억원이 된다. 최 회장 자산 대부분이 주식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을 양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주요 계열사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 재벌가의 이혼소송은 통상 ‘조정 신청’

왼쪽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오른쪽은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

재벌가들은 정식 이혼 소송 보다는 조정 신청을 선호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과 남편 임우재(47)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경우에도 이혼 조정 절차를 밟아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혼을 원하는 이 사장과 달리 임 고문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이혼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외 양육과 재산 분할에서 협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가 이혼 조정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협의 이혼은 두 당사자가 직접 가정 법원에 출석해야 하지만, 조정은 합의가 성사되면 재판에 참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39) 대상그룹 상무가 2009년 이혼할 때 선택한 방법도 조정 절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고현정씨 또한 2003년 이혼 조정 신청 절차를 거쳤다. 당시 둘은 2시간 만에 이혼 조정이 성립됐다. 법조계에서는 두 경우 모두 서로 이혼에 합의했지만, 법원에 출석하지 않기 위해 조정 신청한 것으로 봤다.

조정 신청은 이외 합의이혼과 달리 8주간의 별도의 이혼 숙려 기간도, 가사 조사관의 면접 의무도 없다. 양측 대리인을 통한 조정 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친권자 지정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