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서도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습니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내년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되고, 수출 부진도 완화돼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가능성이나 환율 등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가계부채 급증이나 일부 대기업의 경영 상황 악화도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경계심을 표시했다. 새해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주열 총재, "경제 전망 정말 어렵다"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한은의 경제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도 갈수록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1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올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민간 소비심리가 미국 금리 인상 변수가 돌출하면서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출입기자 송년회에서 "경제 전망은 늘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제는 그 어렵다는 단계를 넘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어느 한 나라의 정책 조치가 다른 나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도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고 했다. 이렇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진 가운데 저성장·저물가로 접어드는 한국 경제에 대해 이 총재는 부실기업 정리 같은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지만 이 등급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구조개혁의 성패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기준금리 연간 8번만 발표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매달(연 12회) 결정하는 기준금리 결정 횟수를 2017년부터는 연 8회로 줄이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주된 고려 사항인 경기·물가는 대체로 완만하게 변화하는데, 금리만 지나치게 자주 결정해야 하는 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영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결정 주기에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까지 연 12회 열리던 금리 결정 회의를 올해부터 8회로 줄였고, 일본은행은 연 14회 개최하던 금리 결정 회의를 내년부터 8회로 줄일 예정이다. 한은은 "지금처럼 매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 아래서는 월별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금융시장이 과민 반응해 불필요한 정책 기대가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아울러 한국이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