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이 이용되는 광통신 기술을 구현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광자를 이용해 데이터를 통신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초고속 인터넷에 이용되는 광통신을 컴퓨터 내부에서도 구현해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개발됐다.

미국 UC버클리대와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은 광통신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간 데이터 전송을 비약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 칩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현지 시각) 밝혔다.

광섬유를 이용한 네트워크 통신은 구리선을 이용한 기존 전기 통신에 비해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초당 100메가비트 전송(100Mbps)에 불과했던 초고속인터넷 속도는 광케이블을 이용한 광통신이 확대되며 기가bps(Gbps)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광통신 기술을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칩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 칩 내부에 저전력 기반 광통신 아키텍처를 구성하기 위해 광 검출기를 기존 실리콘 기반의 칩 제조 공정에 추가했다. 또 반도체 재료인 게르마늄이 빛을 흡수하고 이를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을 극대화해 전력 소모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이용해 컴퓨터를 만들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구동시켜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가로세로 1mm 크기의 칩이 300Gbps의 속도로 데이터 통신이 이뤄졌다. 이는 기존 전기 신호를 전달받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10~50배 가량 빠른 속도다.

연구를 이끈 블라디미르 스토하노비치 UC버클리대 교수는 “광통신 칩을 만들어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컴퓨터가 사용하는 전력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진은 “1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불과 1.3와트의 전력을 사용할 정도로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며 “이는 기존에 비해 수십배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으로 엄청난 규모의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이번에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자율주행자동차나 광레이더 기술, 환경감시용 바이오센서 등 대용량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광통신 개발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전기신호보다 10배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광통신 칩을 올해 7월 개발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이 칩도 실리콘 반도체 기반으로 개발돼 광통신 칩에 대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