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우주로 발사된 유럽 위성들의 상상도. 전자기 신호의 이상을 포착해 지진을 예측하는 연구에 이용된다.

22일 새벽 전북 익산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해 잠자던 주민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과학의 발전에도 아직까지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지진 피해를 누구보다 많이 겪은 일본에서 새로운 지진 예측법이 제시됐다. 대기층에 흐르는 전기가 달라지면 지진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의 헤이키 고스케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지구물리학연맹 학회에서 "지각이 요동치기 몇분 전, 길게는 며칠 전부터 땅과 공기 중의 전자기(電磁氣) 신호가 이상 형태를 보이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진이 일어나면 지구 대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이온층을 교란시켜 위성에서 오는 GPS(위치확인시스템) 신호가 평소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011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나기 40분 전에 이온층에서 전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키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 일본 외에도 지진 발생 전에 이온층의 전기신호가 교란된 사례가 9건이나 더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즈센터의 프리드먼 프룬트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지진 발생 직전에 지각이 서로 부딪히면 전자들이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암석 결정에는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형태가 있다. 지각의 충돌로 엄청난 열과 압력이 발생하면 산소 사이의 결합이 깨지면서 전자가 부족해진다. 이를 메우기 위해 전자가 이동하면서 땅과 공기의 전기신호가 변한다는 것이다. 프룬트 박사는 지진이 일어날 때 땅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나오고 나침반 바늘이 요동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규모 실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다.

물론 지금까지 연구는 모두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이전에 측정한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실제 예측에 쓰려면 근거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지구물리 화산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2013년 발사한 유럽우주국(ESA)의 위성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