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테스트 부지에서 연구원들이 싱크홀 실험을 위해 상·하수도관 등 지하 매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도심(都心)의 도로가 갑자기 꺼지고 구멍이 생기는 싱크홀(sink hole)은 사람과 차량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하수도관이나 상수도관 등이 낡아 구멍이 생기면 물이 주변으로 새어 나온다. 이 물이 주변의 흙으로 스며들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들고 무너져 내린다. 이것이 싱크홀이다.

서울 시내의 경우 2013년 845건, 지난해에는 974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지반 침하 등 싱크홀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싱크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올해는 1170건, 2017년에는 17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싱크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하지만 도심 난개발로 인해 도로 밑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파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땅속을 살피는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해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사물인터넷 기반 도시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융합 연구단은 도심 지하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의 어느 부분이 싱크홀 발생 위협이 높은지 사전에 파악하는 센서와 통신 기술이 핵심이다.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융합 연구단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SK텔레콤 등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단이 개발하는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하수도관에 로봇을 집어넣는다. 이 로봇은 하수도관을 오가며 어디서 물이 새는지,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살핀다. 상수도관에는 누수 탐지장치를 200m 간격으로 설치한다. 로봇과 탐지장치는 지상의 기지국으로 데이터를 보내고, 이 데이터를 중앙 관제센터에서 분석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낸다. 지상에서는 레이더 장치를 탑재한 차량도 활용한다. 지하에 구멍이 생긴 부분이나 물이 새어나온 부분 등을 레이더로 검색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새로운 싱크홀 탐지 기술도 개발 중이다. 가격이 저렴한 RFID(전자태그)를 주요 도로 지하에 일정한 간격으로 묻고, 이를 센서로 검색하는 방식이다. 이재흠 ETRI 융합 연구단 팀장은 "지반 침하가 있다면 RFID 신호가 중간에 끊어질 것"이라며 "다른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고 간단한 탐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융합 연구단은 경북 안동에 있는 건설기술연구원 테스트 부지에 실제 지하시설을 만들어 싱크홀 탐지 기술을 시험 중이다. 2017년까지 기술 개발을 끝낸 뒤, 대전 등 주요 지역 도심에 감시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