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도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내년에는 가계로 가는 자금줄을 바짝 조일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 가계 대출 증가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잡고 대출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내년 가계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 수준으로 잡았다. 올해 은행권 가계 대출 평균 증가율(10%)의 절반 수준이다. 은행들이 가계 대출에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부터 국내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을 좇아 국내 시장 금리가 오르면 변동 금리형 주택 담보대출자(대출금 총액은 250조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것이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A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변동 금리가 6개월~1년 단위로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0.3% 수준에 그치고 있는 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이 내년 말부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엔 아파트 분양 시장이 올해보다 둔화되고, 주택 공급 과잉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은행들이 가계 대출에 몸을 사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B은행장은 "용인, 동탄 등 분양가가 높았던 신도시는 다른 지역보다 먼저 주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고위험 지역에 대한 대출 억제 정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표한 정부의 내년 주택 담보대출 억제 대책도 가계 대출 줄이기에 한몫을 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새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매달 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대출을 받아야 하고 원금 거치 기간도 1년 이내로 줄어든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은행의 강화된 대출 규제에 따라 소비자들은 대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계 살림을 운영해야 하며, 다(多)주택자들은 주택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해 집을 팔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