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20곳(실적전망을 발표한 매출 상위 20개 상장기업) 중 17곳이 올해 초 제시했던 2015년 경영목표(실적 가이던스) 달성에 실패할 전망이다. 불과 3개 기업만이 당초 실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기 침체,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매출 감소,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세계 경기 악화 영향으로 수출이 부진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유통 기업들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적 달성에 성공할 전망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력 산업인 화학, 철강, 조선, 해운 기업의 실적이 글로벌 수요 침체로 나빠졌다. 내년에도 좋아질 기미가 없다. 당분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주요 상장사 경영 실적

◆ 삼성전자 매출 3~4% 감소...자동차·철강·조선·화학 ‘부진의 늪’에 빠져

22일 조선비즈가 국내 주요 대기업 20곳(실적전망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매출 상위 20개 상장사)이 제시한 2015년 경영 목표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비교한 결과, 17곳이 목표 달성이 어렵거나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는 공식적으로 올해 실적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47조338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줄었다.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206조원)보다 3~4% 줄어든 20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505만대와 315만대로 잡았다. 하지만 전략 시장인 중국 판매가 예상 외로 부진,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11월에 각각 444만대와 274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두 회사의 판매 대수(800만대)를 뛰어넘기 위해 연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 목표를 60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65조984억원)보다 7% 정도 낮게 잡았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4조2863억원이다. 연간 매출은 58조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등 조선 회사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매출이 당초 목표 대비 10~20% 미달할 전망이다.

LG화학(051910)은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 저유가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중국 수출 부진으로 올해 매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KT(030200), SK텔레콤(017670)도 국내 통신 시장의 경쟁 심화와 성장 동력 부재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 실적이 2011년 이후 4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베트남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12조920억원에 그쳤다. 연간 매출 목표(18조1373억원)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철강기업 크라카타우스틸이 설립한 제철소에서 쇳물이 출선구를 통해 나오고 있다.

◆ LG생건·아모레퍼시픽, 메르스 악재 극복하고 실적 초과 달성할듯

LG생활건강(051900)아모레퍼시픽(090430)은 올해 메르스라는 최악의 악재를 이겨냈다. 국내·외 유통 시장 개척에 성공한 덕분에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5조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3분기까지 매출 3조9997억원을 달성했다. 화장품의 면세점 매출이 늘었고, 생활용품 판매도 양호하다. 특히, 중국 소비자를 파고들어 매출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올해 4조3776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3분기까지 3조54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등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GS건설(006360)은 해외 사업의 부진을 국내 수주로 극복한 경우다. 올해 매출 목표(10조1000억원)에 근접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임효창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상장 기업의 실적 전망은 주주와의 약속이다. 경영 환경 변화나 부정확한 예측으로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처음부터 현실 가능성이 없는 목표를 제시했다면 주주에게 허황된 약속을 했다는 것이기에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