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협의회가 12월 23일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삼성 수요 사장단협의회는 올해 구체적인 정책을 결정에 도움이 되는 강의 보다는 국제관계∙IT∙인문학 등 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사장단협의회에서 다뤄진 주제는 삼성 사장단이 최근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올 한해 사장단협의회 강연에는 47명의 강사가 나섰다. 12월 23일 강연 예정인 정호승 시인까지 합하면 48명으로 늘어난다.

강의 분야별로는 인문학이 20회로 가장 많았다. 작년 인문학 강연이 불과 4차례였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인문학 강의는 올해 1월 7일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2015년 한국 사회 키워드’를 시작으로 거의 매달 진행됐다. ‘마키아벨리’, ‘선입견의 위험’, ‘행복한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5월에는 세계적인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의 질 생크로 수석 부사장을 초청, ‘질주하는 창의성’ 강의를 들었다. 올해 마지막 강연 역시 인문학이다. 정호승 시인은 오는 23일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를 주제로 강연한다.

삼성이 인문학 강연에 비중을 둔 것은 창의성을 늘리기 위해선 다방면의 지식을 통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협의회 강연 내용.

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주제로 한 강연도 12차례 진행됐다.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 금융혁명, 기후변화 등을 다뤘다.

작년 절반 정도였던 경제∙경영 파트 강연은 2015년 한국 경제 현안 및 전망 4저(低)시대의 불확실성 및 글로벌 리스크 저성장시대 기업의 유통전략 비즈니스 분석과 미래 경영 평판사회, 기업경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및 금융정책 공유경제시대 소통하는 기업만이 산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중국 경제 동향 및 전망 스마트 빅뱅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 등 10차례에 그쳤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강의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를 강사로 초청, 관심을 끌었다.

강사들의 직업은 교수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 소속 교수 9명, 서울대 7명, 카이스트 6명이었다. 고려대 교수는 1명이 초청됐다.

조훈현(왼쪽) 바둑기사와 허영만 화백.

유명 인사도 단골 강사였다. 허영만 화백이 7월 15일 ‘나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를 주제로 강연했고, 조훈현 바둑기사가 9월 16일 ‘바둑 황제의 끝나지 않은 승부’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2월 한달 동안은 백재봉 삼성안전환경연구소장(부사장),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 전동수 당시 삼성SDS 사장(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등 내부 인사가 강사로 나섰다. ‘안전환경’, ‘새로운 도약 전략’, ‘그룹 IT체계 혁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수요 사장단 협의회는 공휴일과 휴가철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오전 8시에 열린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시작된 ‘수요회’가 모태다. 2010년부터 수요 사장단 협의회로 이름이 바뀌고 강연이 정착됐다. 강연료는 강사마다 다른데 평균 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장단 협의회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 50여명이 참석한다.

오너 일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