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이곳에선 국내 최초로 지열(地熱)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야산 한가운데 빈 땅에 높이 55m의 에펠탑처럼 생긴 강철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구조물에 매달린 지름 21.6㎝, 길이 10m짜리 드릴파이프(주입정)는 현재 땅 밑 4348m까지 뚫고 내려갔다. 섭씨 160~180도의 뜨거운 화강암이 있는 지층(地層)이다. 주입정에 차가운 물을 실어 보내 화강암 틈 사이로 주입하면, 물은 뜨거운 공기 때문에 수증기로 바뀌고 이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br>

내년 6월 이곳의 1차 설비가 완공되면 1.2MW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험 발전을 시작한다. 상업 생산은 2017년 12월에 예정돼 있다. 4000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인 6.2MW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지하 4㎞ 이상 굴착해 전력 생산

포항지열발전소는 정부의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R&D) 사업의 하나로 2010년 말 시작됐다. 지열발전 전문 국내 중소기업인 넥스지오포스코·한수원,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가 참여해 국비(國費) 185억원 등 총 798억원이 투입된다.

넥스지오 등은 2년간 물리탐사와 예비 시추 등을 통해 지열발전을 하기에 국내 최적(最適)의 조건을 갖춘 현재 위치를 찾아냈다. 2012년 말 시추에 들어간 후 지열발전에 알맞은 온도의 지하 심도를 찾아 주입정이 4348m까지 파고 내려갔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아시아 최초로 화산 지대가 아닌 곳에 건설되고 있다. 일본·인도네시아 등 화산활동이 활발한 국가에선 지열로 달궈진 공기가 비교적 얕은 지하에 흘러 이를 끌어올려 터빈을 돌리기만 하면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층이 없어 이른바 '인공저류층형성(EGS)' 방식을 사용한다. 땅속 4㎞ 이상을 파고 내려간 뒤 뜨거운 지층에 물을 주입해 수증기로 만든 뒤 이를 끌어올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EGS 방식은 세일가스를 뽑아내는 기술과 흡사하다. 세일가스는 물과 모래를 섞은 용액을 지하 암반층에 강한 압력으로 쏘아 보내 셰일층 사이에 존재하는 가스와 석유를 추출해 낸다.

오염 물질 없고 24시간 발전하는 청정 발전소

지열발전은 최근 각광받는 청정(淸淨) 에너지원이다.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 발전과 달리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태양광·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달리 안정적 발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기후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영향을 받는다. 지열발전은 한번 시설을 갖추면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지열발전을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시켰다. 현재 포항 외에 울릉도와 광주광역시에서도 지열발전소를 짓고 있다. 울릉도의 경우 한전·LG CNS·넥스지오 등이 71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4MW급 발전소를 건설한다. 광주에는 미국 구글이 투자한 신재생에너지 전문 회사인 알타락에너지한진DNB 등이 2017년까지 820억원을 들여 3.5MW급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세계 각국도 지열발전에 적극적이다. 지열발전 설비 용량만 3.1GW로 세계 1위인 미국은 에너지부(DOE) 산하에 지열발전 담당 부서를 두고 2009년 이후 매년 40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도 총 4000만유로의 연구비를 지열발전에 쓰고 있다.

이탈리아 가스·전력 회사 에넬은 "2010년 10.9GW이던 세계 지열발전 설비 용량이 올해 12.6GW로 늘었고 2020년에는 21.4GW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