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에서 변동 금리로 주택 담보대출 2억원을 받고 있는 B씨는 미국이 드디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 창구를 찾았다. 한국도 금리가 따라 올라갈지 모른다는 걱정에 마음이 급했다. B씨는 2년 6개월 전 변동 금리로 대출받아 현재 연 2.5% 금리를 적용받으며 매월 42만원 정도의 이자를 낸다. 대출을 갈아타려 했던 B씨는 현재 대출 고정 금리가 연 2.8%로 변동 금리보다 높고, B씨가 2013년 여름 대출받을 때 적용받았던 가산 금리(변동 금리 대출을 받을 때 코픽스 등 기준이 되는 금리에 더하는 금리) 약 0.8%포인트보다 지금의 가산 금리(약 1.7%포인트)가 훨씬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 B씨는 당분간 금리 추이를 지켜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대출 갈아타기'를 잠정 연기했다.

미 연준이 오랜 예고 끝에 기준 금리를 인상하자 은행엔 변동 금리로 받던 대출을 고정 금리로 빨리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 규모는 약 390조원으로 이 중 65% 정도(약 250조원)가 변동 금리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불어나는 가계 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내년 2월(지방은 5월)부터 대출을 갈아탈 때 비거치식·분할 상환을 유도하고 대출 금액 심사도 깐깐하게 하겠다고 최근 '은행권 주택 대출 개선안'을 발표해 대출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미 금리 인상과 깐깐해지는 대출 규정이 맞물려 변동 금리 대출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정 금리로 바꾸기 전 자신의 대출 조건을 꼼꼼히 따져서 갈아타기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산금리 0%대라면 당분간 기다리길"

대출받을 때 변동 금리는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 금리를 더해서 산정한다. 코픽스는 은행 수신 금리 등 은행의 조달 금리를 취합해 은행연합회가 한 달에 한 번 발표하지만, 가산 금리는 은행의 전략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한다. 은행들이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할 때는 가산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을 덜 받으려 할 때는 높아지는 식이다. 주택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요즘 은행들은 지나치게 대출이 불어나는 것을 경계해 가산 금리를 일제히 올리는 추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현재 국민은행의 가산 금리는 평균 1.87%포인트로 1년 6개월(0.90%) 전보다 0.97%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이 0.48%포인트(1.01%→1.49%), 우리은행이 0.29%포인트(1.56%→1.85%) 오르는 등 대부분 은행의 가산 금리가 상승해 1%대 중·후반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 금리는 은행 내부 전략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고, 일단 대출이 나가면 만기까지 적용된다"면서 "기왕에 가산 금리를 0%대로 받고 있던 우량 고객이라면 아주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대출을 갈아타지 말고 당분간 금리 추이를 지켜보라"고 말했다.

◇코픽스 0.3%포인트 오르기 전까지는 변동 금리가 유리

금리가 올라가리라는 전망으로 변동 금리 대출을 고정 금리로 바꾸면 당장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현재 고정 금리 대출은 변동 금리 대출보다 이자가 약 0.3%포인트 높다. 낮은 가산 금리를 적용받아 연 2.5%의 변동 금리로 주택 대출 2억원(만기 일시 상환형)을 받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고정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면 당장 한 달 이자가 약 42만원에서 46만원으로 올라간다.

물론 시장 금리가 많이 올라가면 고정 금리 대출자가 변동 금리보다 유리해진다. 그러나 변동 금리라고 해도 은행마다 일정 주기(3~6개월 등)로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몇 달간 금리 추이를 잘 지켜보다가 결정해도 늦지 않다.

국민은행 목동PB센터 공성율 팀장은 "미국도 금리를 서서히 올리겠다고 했고,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기준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미 대출받고 있다면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금리 상승 추이를 지켜보다가 대출 갈아타기 전략을 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계좌 이동제·ISA… 은행 간 경쟁으로 금리 더 내려갈 수도

만약 대출받은 지 3년이 되지 않았다면 중도 상환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3년이 되기 전에 대출을 갚을 경우 대출액의 1~2% 정도를 중도 상환 수수료로 물리며, 이 금액은 3년에 다가갈수록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내년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양한 투자 상품의 발생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계좌)가 도입되고, 자동 이체를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계좌 이동 서비스가 오프라인 지점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의 '주거래 고객 잡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KEB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계좌 이동제 경쟁이 본격화하면 은행들은 자동이체 등에 따른 대출 금리 할인 혜택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상반기쯤까지 기다리면서 적합한 대출을 물색하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