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요즘만 같으면 좋죠. 주말엔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몰린다니까요."

크리스마스를 약 2주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동대문 완구시장. 비가 내리는 월요일 오전임에도 가게마다 장난감 상자들을 손에 들고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장난감 가게 직원은 "자녀, 손자들뿐만 아니라 애들 유치원·학원 친구들 선물까지 잔뜩 사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요즘 같은 대목은 잠깐 숨돌릴 틈도 없다"며 매장 안으로 바삐 들어갔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동대문 완구시장 전경.


동대문 완구시장은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장난감 도·소매 시장이다. 1960~70년대 방산시장에서 분가한 몇몇 상인들이 창신동에 터를 잡은 것이 시초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어린이날이 있는 5월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은 여전히 대목이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2월 한 달 매출이 1년 장사의 4분의 1은 된다"고 말했다.

약 500m 거리에 100여개 점포가 몰려 있는 동대문 완구시장은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장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승진완구'는 약 5만여개의 문구·완구 제품을 취급한다. 워낙 손님이 많아 매장 곳곳에 바코드기를 설치해 이용객들이 직접 가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문구·완구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완구시장 내 가장 큰 완구 가게인 '승진완구'에서 터닝메카드를 팔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핫(hot)’한 아이템은 손오공에서 만든 ‘터닝메카드’ 시리즈이다. 일종의 변신 자동차인데 지난 2월 TV에서 만화가 처음 방영되고 나서 지속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 김지연(38)씨는 “에반이나 타나토스 등 터닝메카드 중 인기 있는 제품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이곳은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승진완구 직원이 손님들이 산 장난감을 포장하고 있다.


남자 아이용은 '터닝메카드' 외에 '또봇', '헬로 카봇', '케이캅스', '레고' 블록 등이 많이 팔리고, 여자 아이용 선물로는 '콩순이', '시크릿 쥬쥬'와 디즈니 캐릭터 인형 제품이 인기다. 동대문 완구시장 내에서 발품을 팔면, 일부 제품은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보다 15% 이상 저렴하게 쇼핑할 수도 있다.

평소에 동대문 완구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40대 주부는 "문구류는 여기가 확실히 대형마트보다 저렴한데 장난감은 종류별로 가격 차가 좀 심하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승진완구에서는 제품 바코드를 직접 찍어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성인들도 종종 완구시장을 찾는다. 변신로봇이나 나노블록, 보드게임 등 장난감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나노블록 제품이 많아 자주 오는 편"이라면서 "여러개 사면 종종 에누리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도 지난달부터 크리스마스 기획전을 벌이면서 완구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12월 완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넘게 늘었고, 롯데마트에서는 남아용 완구 매출이 49%나 증가했다.

완구시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용품 가게 전경.

대형마트 장난감 매장의 인기 상품도 동대문 완구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롯데마트에서 완구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터닝메카드 시리즈 제품이 6개나 들어 있다. 이마트의 최훈학 마케팅팀장은 “TV에서 인기를 끈 만화 캐릭터 상품이 매해 완구시장을 휩쓴다”면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레고나 어린이용 스마트폰, 노트북 등 액세서리 완구도 꾸준히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