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은 지난 9월부터 교원과 협약을 맺고 자사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방문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두 달 만에 30만원대의 고가(高價)품인 '캐비어 화장품' 4000세트를 전부 팔았다. 이 분야 올해 매출은 2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경연 상무는 "아직도 국내 화장품 총매출의 4분의 1 정도는 방문판매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의 장기화 속에 한물간 구식(舊式) 영업 방식으로 꼽히던 '방문판매(이하 방판)'가 부활하고 있다. 방문판매가 주력인 화장품 업체는 물론 홈쇼핑과 은행까지 방판에 가세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도 방문판매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불경기로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들을 상대로 얼굴을 맞대고 설득하는 방문판매가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과 홈쇼핑 업체도 방판 마케팅

계좌 이동제 실시와 인터넷 전문 은행 예비 인가 등으로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은행권은 '아웃도어세일즈'(ODS)라는 방문판매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SC은행은 작년 7월부터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국 950명의 은행원이 태블릿 PC를 들고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 최근까지 7만2000건의 예금·대출·카드 상품을 팔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점포에 앉아 있는 직원 1인당 판매한 여신 상품 건수에 비해 효율이 29% 높았다"며 "올해부턴 대형 마트에 직원이 태블릿 PC를 들고 서 있는 모바일 점포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점포 밖에서 직원이 고객을 만나 스마트폰 앱으로 실명(實名) 인증을 하고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KB 캠패드' 서비스를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이다. 강대명 KB국민은행 본부장은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영업 기회도 줄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창구 업무 대부분이 가능한 단말기를 들고 고객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성 고객 확보로 불경기에 효과

방문판매는 특히 단골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데 유력한 수단이다.

한국야쿠르트가 196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이 회사 매출의 95%에 기여하고 있다. 1995년 9000명이던 야쿠르트 아줌마가 1만6000명이 되는 동안 4000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9000억원대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우유·발효유 업계가 전반적인 매출 악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한국야쿠르트가 충격을 덜 받는 원동력으로 야쿠르트 아줌마의 판매 능력으로 꼽는다. 회사 측은 최근 판매력 강화를 위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이동형 결제기와 이동이 편한 전동(電動) 카트기를 제공해 첨단화했다.

1964년부터 방문판매원 제도를 시작한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방문 판매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올해 3분기 국내 매출은 2% 성장에 그쳤으나 방판 매출은 12% 증가한 것이다.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평소 다져온 방판 네트워크가 어려웠던 올해 국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국내 방문판매 시장 규모는 최근 성장 속도가 빨라져 연간 13조 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는 "방문판매는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대면(對面) 설명 서비스'가 가능한 매우 효과적인 판매 방식"이라며 "불황이 깊어질수록 이를 응용하고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