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세계 1위 가구 업체인 스웨덴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한국 첫 매장을 낸 지 1주년을 맞는다. 이케아 광명점은 1년간 소비자 1000만명이 찾았고 총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 진출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가구와 생활용품, 침구 같은 '집을 편안하게 꾸미는' 산업이 성장했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국내 선두 업체들도 이케아 진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 거주 공간을 개성에 맞게 꾸미려는 수요가 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업체들이 동반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케아 상륙 1년… '삶의 질' 산업 성장

지난해 12월 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자 소비자들은 한파(寒波)에도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2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이케아는 비싼 혼수품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가구 시장에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서울 강동 등에 5개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국내 가구 업계도 이케아 상륙을 맞아 '대형 직매장'을 강화하며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 1위인 한샘은 지난 8월 대구광역시에 면적 9256㎡(2800평)의 단층 매장을 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11일 경기도 분당에 3636㎡(1100평)짜리 매장을 내고 생활용품 브랜드 '리바트홈'을 출시했다. 한샘은 2020년까지 대형 매장을 20개, 현대리바트는 12개로 늘릴 예정이다. 한샘 강승수 사장은 "이케아의 경쟁력인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공장을 자동화하며 비용을 낮춰 판매 가격을 평균 30%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2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현대리바트와 에넥스·퍼시스 등 2~4위 업체들도 모두 매출이 15% 이상 증가했다.

욕실·주방·인테리어용품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업체들도 이케아 진출에 바짝 긴장했었다. 이케아 매출의 50%가 생활용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1위 생활용품 업체 다이소는 올해 대리점 수가 72개(23%) 늘었다. 연매출도 1조2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소는 매달 600여종의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3만 가지의 다양한 상품을 1000~ 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이케아 공세에 맞섰다. 1만원 이하의 저렴한 생활용품이 주력인 이랜드 모던하우스도 올해 매출이 20% 늘었다. 이랜드 윤경훈 상무는 "최근 신혼부부들이 월세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면서 고급 제품보다는 실속 있는 생활용품이 잘나간다"고 설명했다.

편안하게 쉬고 싶은 현대인 취향 저격

가구·생활용품과 더불어 이불·베개·매트리스 같은 침구류 산업도 성장세다. 알레르기 방지 등 기능성 침구를 생산하는 웰크론의 침구 브랜드 '세사리빙'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웰크론 이영규 회장은 "올해 선보인 유아동 침구 브랜드 '세사키즈'가 인기를 끈 데 이어 조만간 노인 전용 침구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베개·매트리스 업체인 템퍼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30개국 가운데 한국 법인이 성장률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매출이 31% 급증했다.

한국에서 생활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현상은 과거 스웨덴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 거쳐온 길과 비슷하다. 1인당 연간 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 자신의 공간인 집안 꾸미기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또 1~2인 가구는 자주 이사를 가기 때문에 고가품보다는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을 선호하는 측면이 강하다.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47%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삶의 질을 돌아보고 양질의 휴식을 통해 정신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난다"며 "늘 긴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의 피로를 풀어주는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