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당초 법정관리(회생절차) 가능성이 제기됐던 STX조선해양에 대해 453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하면서 조선불사(不死)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산은은 11일 서울역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본사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고 4530억원 규모 자금 지원과 사업규모 축소를 골자로 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회의에서 논의된 지원방안은 오는 15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정식 부의되고 1주일 간 각 채권은행의 논의를 거쳐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시행된다.

◆ 산업은행 “현실적으로 법정관리 어려웠다”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자율협약 유지’다. 또 4530억원 추가 지원,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STX조선은 강도 높은 사업 및 인적 구조조정을 한다.

이는 애초 산은이 밝혔던 방향과 어긋난다. 산은은 당초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 자체 회생이 어려우면 법정관리로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은 입장을 바꾼 것과 관련해 “추가 지원을 하면 기존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채무 5조9000억원 중 선수금환급보증(RG)이 2조원에 달한다”면서 “RG는 선박이 인도되면 자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추가 지원을 통해 기존 지원금이 어느 정도 회수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경우 채권단이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야 하는 점, 협력업체 줄도산 가능성 등도 우려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현재 건조 중인 69척에 대한 RG콜(선주가 RG발급 은행에 선수금을 요구하는 행위)이 제기돼 국내 금융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또 “STX조선은 직원이 2700명, 협력업체 직원수는 5200명에 달해 지역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 “1년 생명연장일 뿐…미봉책”

채권단의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이 미봉책일 뿐이라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2013년 자율협약을 개시하며 STX조선해양에 4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STX조선은 완전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가하락과 경기침체 등으로 조선 경기가 회복은 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 지원을 결정해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추가 지원을 해봐야 STX조선이 정상화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결단의 시점을 1년 정도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단 하나의 회사도 정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으로부터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요구받고 있는 해운업계의 볼멘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몰라도 STX조선은 확실히 정리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상대적으로 조선업에는 너무 너그러운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