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노바티스, 화이자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신약 개발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시장분석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2013년 바이오시밀러 세계시장 규모는 12억 달러(약1조4000억원)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239억 달러(약28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류머티즘 치료제 ‘엔브렐’로 유명한 미국 암젠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이달 초 유럽의약품청(EMA)에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ABP 501'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애브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지난해 12억달러(약 14조7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암젠은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면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 10~20%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암젠은 원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던 바이오회사였다. 암젠이 1998년 개발한 엔브렐은 류머티즘 질환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면서 ‘대박’이 났다.

암젠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인 약 9조 5000억원을 엔브렐로 벌어들였고, 세계 11위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암젠은 엔브렐 판매로 올린 수익으로 빈혈치료제' 에포젠', 백혈구 형성촉진제 '뉴포젠' 등 바이오 신약을 꾸준히 개발해 내놓았다.

그러나 암젠은 올해 초부터 바이오시밀러의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 1위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올해 2월 미국 FDA로부터 암젠의 ‘뉴포겐’ 바이오시밀러인 ‘작시오’의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판매 승인도 받았다. 노바티스는 유효 기간이 2029년까지인 엔브렐 특허에 대한 무효 소송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제약회사 화이자는 올해 2월 암젠 ‘뉴포겐’ 등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호스피라를 인수했다. 화이자는 암젠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대로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암젠 관계자는 “대형 제약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면서 회사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그동안 신약 위주로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신약의 바이오시밀러를 함께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신유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에 비해 개발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고, 개발 기간도 절반에 불과하다”며 “신약 개발의 한계점에 놓인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의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생물로 만든 바이오의약품과 품질,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