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EQ900(신형 에쿠스)을 처음 일반에 공개하며 세계 최고급차 시장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1976년 독자 개발한 '포니'로 대중차 시장에 뛰어든 지 39년 만에 최고급차 시장 도전에 나선 것이다. '도요타의 렉서스'를 지향하는 EQ900은 현대차가 출범한 고급차 전용(專用) 브랜드 제네시스를 단 첫 작품이다.

9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제네시스 EQ900(신형 에쿠스)’신차 발표회에서 정몽구(사진 왼쪽) 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수를 치고 있다. EQ900은 현대차가 벤츠, BMW 등과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며 내놓은 고급차 브랜드인‘제네시스’의 첫 신차이다.

9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무대 앞쪽 단상에 서자 무대 뒤쪽 장막이 걷히고, 조명이 환히 켜지면서 EQ900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EQ900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한 최고급 세단으로 세계적 명차(名車)들과 경쟁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큰 기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 등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이다. 이날 신차발표회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날씬하고 젊어졌다…연비도 향상

이날 공개된 차를 본 관람객들 사이에는 "차가 젊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자동차 연구원은 "차량 옆 라인이나 트렁크 쪽 굴곡이 상당히 날씬했다"며 "현대차가 기존 50~60대 이상인 국내 CEO(최고경영자)층을 뛰어넘어 세계의 젊은 부자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 차는 기존 에쿠스보다 길이는 4㎝, 실내 공간은 폭이 10㎝ 정도 더 늘어났다. 대신 높이는 그대로 유지돼 날씬한 이미지와 인상을 준다. 트렁크는 484리터(L)의 대용량으로, 골프백과 보스턴백이 각각 4개씩 들어갈 수 있다.

국산차 최초로‘고속도로 주행지원(HAD)’시스템을 적용한 EQ900의 운전석.

엔진 종류는 기존 모델과 같은 3.8L(리터)와 5.0L 엔진과 함께 3.3 V6 터보 엔진이 추가됐다. 현대차는 이날 엔진별로 연비와 출력을 처음 공개했다.〈표 참조〉 벤츠나 BMW에서 나오는 비슷한 급(級) 차량의 연비(9㎞ 초반대)보다 조금 낮았다. 가격은 3.8L 모델은 7300만~1억700만원, 3.3L 터보 모델은 7700만~1억1100만원, 5.0L 모델은 1억1700만원이다. 사전(事前) 예약으로 9일까지 1만700대가 주문됐다. 이는 현대차 울산5공장의 생산능력(월 1500대) 기준 7개월치에 해당한다.

4년간 1200명 투입…고속도로 자율주행기능 장착

현대차는 4년간 전담 연구원 1200명을 투입해 EQ900을 만들었다. 국산차 최초로 고속도로에서 운전 피로를 줄여주는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시스템도 적용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전초 단계로, 한 번 설정해두면 차가 알아서 차선(車線)을 이탈하지 않고 앞차와의 간격도 유지한다.

최대 36도까지 젖혀지는 뒷좌석 시트(리무진 모델은 최대 42도)는 연구팀이 항공기 1등석 시트를 분석해 제작했다. 알베르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차 총괄부사장은 "키가 193㎝인 내가 뒷좌석에 앉아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차 유리 사이에 필름을 넣고 차문(車門)에는 3중(重) 차음막을 설치해 소음을 줄였다. 전체 사용 강판의 절반을 일반 강판보다 10% 가볍지만 두 배 이상 강한 초고장력 강판으로 썼다. 에어백은 모두 9개를 달았다.

현대차는 EQ900을 내년부터 글로벌 무대에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1월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북미 시장에 첫선을 보이고 순차적으로 중동과 미국, 중국에도 론칭하겠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EQ900과 G80(신형 제네시스)의 판매 여부에 따라 현대차의 최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G70 등 후속 제네시스 모델은 2017년 이후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