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2014년 급여 22억원, 이사 7억3000만원, 직원 평균 9100만원."

현대로템이 추락하고 있다. 영업 손실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파격적 정부 지원으로 해외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수주난에 허덕이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고 있는데도 현대로템 임직원들의 급여는 매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개발(R&D) 투자비는 매출의 1%를 밑돈다.

2014년 퇴임한 대표이사는 급여로 22억원을 챙겼고.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한 철도 전문가는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때인데, 현대로템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고액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금 상태로 4000명의 직원이 나가야 한다며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부 모습

조선비즈가 3일 현대로템의 2010~2014년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도 임직원들의 급여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로템은 2013년 철도부문과 전체 사업부문에서 각각 255억원, 15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은 1년 만에 달라졌다. 2014년 철도부문과 전체 사업부문에서 각각 422억원,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그해 임직원들의 임금은 대폭 올랐다. 2014년 이사 1인 당 평균 급여는 7억3000만원으로 2013년(5억5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올랐다.

엄청난 손실을 냈음에도 역대 최대 수익을 낸 2010년(전체 사업부문 영업이익 1700억원)보다 많은 급여를 챙겨줬다. 2010년 이사들의 1인 당 평균 급여는 7억3000만원이었다. 2011~2012년에는 6억원에 육박했다.

현대로템 2010~2014년 임직원 급여 추이

당시 대표이사였던 한규환 전 부회장은 급여로 21억6000만원을 받았다. 퇴직소득 6억원이 포함돼 있었지만, 급여는 9억4000만원으로 전년(9억1000만원)보다 3000만원 늘었다. 상여금은 6억2000만원이었다. 퇴직금을 뺀 연봉만 15억6000만원이었다.

2014년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 은행장(11억원), 서진원 신한은행 은행장(12억원) 보다 3억~4억 많았다.

현대로템 이사들의 평균 보수 7억3000만원은 2014년 1조6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국전력공사 이사들의 급여 보다 4배 이상 많다. 한전의 이사 1인 당 평균 급여는 1억4000만원이었다. ‘신의 직장'이라는 한전 이사들이 울고 갈 수준이다.

직원들의 급여도 꾸준히 올랐다. 2013년 8600만원이던 직원 1인 당 평균 급여는 2014년 9000만원으로 늘었다. 당시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으로 전체 직원 수는 3837명이었다.

철도부문 남자 직원 1인 당 평균 급여는 이보다 많은 9100만원이었다. 이들은 2013년에도 전체 사업부문보다 100만원 많은 8700만원을 받았다. 평균 근속연수는 전체 직원보다 긴 21년이고 직원 수는 1894명이었다.

직원들의 급여는 회사 이익과 관계없이 매년 올랐다. 2010년 7400만원이던 평균 급여는 2011년 7700만원, 2012년 8200만원, 2013년 8600만원으로 매년 4~6%씩 인상됐다. 철도부문 남자 직원들은 매년 평균보다 100만~200만원 더 많이 받았다.

현대로템 직원이 기업 평판 조회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린 회사 평가 내용이다.

직원들도 대부분 급여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대로템 직원들은 기업 평판조회 사이트 잡플래닛에 '높은 연봉을 바란다면 좋은 직장이다', '동종 업계와 지역에선 연봉이 최상위급'이라고 평가했다. 급여·복지 부문에선 4점 이상(5점 만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원은 "의지가 없는 간부들과 놀고먹는 직원들이 없어져야 회사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최근 "최근 해외 수주가 급격히 감소해 한국 철도 산업이 존폐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구책 마련 없이 정부에 손을 벌린 것이다.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은 올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철도 차량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도 미치지 못하는데 정부는 최저가 입찰제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가 올해 3월 도시철도법을 개정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 교수는 "현대로템이 뼈를 깍는 기술 개발과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의 특혜성 지원을 통해 수주 부진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안이한 자세로는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