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2권의 책을 펴낸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매일 신문을 정독하고 정리를 한 것이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 '(사장·팀장·직원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통찰로 경영하라' 'CEO, 역사에게 길을 묻다'….

모두 김경준(52) 딜로이트컨설팅 대표가 쓴 저서다. 그는 2003년 '잘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라는 책을 시작으로 지난달 '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까지 18권의 저서를 냈다. 내용을 보완하거나 축약해 재출간한 책까지 포함하면 총 22권으로 10년 넘게 1년에 거의 두 권씩 써낸 다작가(多作家)다.

김 대표는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후 외국 유학 한 번 간 적 없고 MBA(경영대학원) 공부를 한 적도 없다. 그는 "컨설팅 업계에서 20년 넘게 몸담으면서 여러 고객을 만나면서 쌓은 시각과 경험을 정리하다보니, 책이 한 권 두 권 늘었다"고 말했다.

다작 비결은 뭘까. 그는 "신문 정독(精讀)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매일 아침 신문 5부를 정독하고, 약간이라도 중요한 기사는 포스트잇을 붙여둔다. 저녁에 해당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개인 이메일로 보내서 저장해 둔다. 이런 방식으로 여태 쌓아둔 이메일만 5000통이 넘는다.

그는 "신문을 유심히 읽다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저술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중반 기사를 보면, 한국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한국 사회의 규정이나 제도가 선진국을 닮아가는 등 '세계화'가 화두였어요. 이런 이유로 세계 최초의 글로벌 제국인 '로마'가 떠올랐습니다." 책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는 이렇게 나왔다. 이 책은 지금까지 11쇄를 발행해 4만부 넘게 팔렸다.

2008~09년에는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었다. 김 대표는 "금융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현실에 입각한 냉철한 분석이 절실한 시점이었다"며 "이상(理想)을 추구하려면 냉혹한 현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음미하며 읽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은 6만부(18쇄) 정도 나갔다.

두 번째는 '철저한 시간 관리'다. 그는 "주중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쓰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실천한다"고 했다. 일례로 주중에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그의 스마트폰 메모앱에는 틈틈이 휘갈겨 쓴 메모가 늘 400여 개 담겨 있다. 주말에는 메모를 토대로 저작에 집중한다. 김 대표는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밤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만 활용해도 하루 6시간 글 쓸 시간이 생긴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요즘 '일하는 자의 인문학(가제)'이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과 인간조직 이해가 어렵다"며 "인문학이 리더십의 핵심 요소가 된 만큼 직장인들이 인문학을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에 가깝다"고 했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인류가 '지식 근로자'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파했다. 김 대표는 "지식 근로자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서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와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평사원부터 CEO까지 모두가 진정한 지식 근로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