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요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은 웅성거렸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당직자들로 간담회실은 가득했지만 분위기가 묘했다. 큰 기대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기다리던 주인공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의원. 마이크를 잡은 그가 입을 떼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체제'에 대한 입장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는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예상했던 바였다. 모두가 궁금했던 건 안 의원이 부르짖던 '혁신'의 구체적인 방향과 달성 방안이었다.

안 의원이 내놓은 대안은 '혁신 전당대회'였다. 그는 문재인 대표와 자신 모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혁신 전대를 통해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과 계파패권주의도 함께 녹여내야 한다. 혁신 전대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천정배 신당' 등과의 더 큰 통합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당 대표나 지도부가 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짧지만 명확하게 답했다.

회견이 끝난 후 간담회실을 채우던 웅성거림은 오히려 더 커졌다. 반대로 긴장감은 썰물 빠지듯이 사라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라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지도부가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되면 제1야당은 민생정당·국민정당으로 과연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혁신 전대'를 치르면 새정치연합의 리더십과 팔로우십은 회복될까. 전당대회 룰로 다시 싸우지는 않을까. 그 룰에는 과연 다들 승복할까. 문 대표가 다시 대표가 되면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은 사라질까. 전대를 치르면 과연 국민들은 제1야당을 신뢰할까.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결국 오늘 얘기는 '문재인 물러나라, 천정배 복귀해라'로 귀결된다"며 "이게 지금 우리 당의 유력 대권 주자가 내놓은 총선 승리 전략인 건데, 이런 말뿐인 얘기를 누가 못하나"라고 허탈해했다.

안 의원은 30일부터 광주에 간다. 혁신 전대 승리를 위해 야권의 심장인 광주를 방문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 혁신의 밀알이 된다면 몸 던질 각오가 됐다"는 그의 말이 참 멀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