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대 신동빈' 부자 대결, ‘신동주 대 신동빈' 형제 대결의 승패를 가를, 물러설 수 없는 법정 혈투가 일본 도쿄 법정을 무대로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 등 6개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12개 일본 롯데 계열사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 경영권 쿠데타의 설계자(architect)’로 지목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1)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사장은 도쿄대 출신 변호사가 이끄는 ‘메이저 로펌'을, 신격호(93) 총괄회장은 개인 법률 사무소 규모의 ‘부티크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쓰쿠다 사장의 로펌은 일본 관청이 밀집한 도쿄 도라노몽(虎ノ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로펌은 상업 중심지인 긴자(銀座)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관계·금융 법률 네트워크와 상업 법률 네트워크의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메이저 로펌’ 내세운 쓰쿠다 vs ‘부티크 로펌’ 내세운 신격호·신동주 부자 대결

신격호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고바야시 히로아키 변호사(왼쪽), 쓰쿠다 사장 대리인인 오자와 마사유키 변호사.

쓰쿠다 사장은 오자와 마사유키(小沢征行)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자와 변호사가 대표인 오자와 아키야마 법률사무소는 1974년 4월 창립했다. 1893년 5월 창립한 도쿄 변호사회 소속이다. 변호사 7483명, 법인 144개, 외국 특별법인 71개가 가입한 일본 최대(最大), 최고(最古) 변호사 모임이다.

오자와 아키야마 법률사무소는 2015년 전국 법률 사무소 순위 69위에 오른 메이저 로펌이다. 변호사 23명, 변리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실은 도쿄 미나토구(港区) 도라노몽(虎ノ門)에 있다. 재무성, 경제산업성, 중소기업청 등 일본 관계와 재계를 주무르는 핵심 관청들이 밀집한 곳이다. 회사법, 주주총회 관련 소송 전문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오자와 마사유키 대표 변호사는 1964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엘리트 변호사다. ‘일본 6대 메가 뱅크’에서 근무했고, 사법시험(25기)에 합격했다. “정계, 관계, 재계, 특히 금융계와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변호사"란 평가다. 스미토모 은행 전무 출신인 쓰쿠다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격호 회장은 비포지티브(B.Positive) 법률사무소의 고바야시 히로아키(55·小林弘明)변호사를 선임했다. 한국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두우 조문현(60·사법연수원9기) 대표 변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오래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매우 신뢰하는 법률사무소"라고 말했다.

1992년 도쿄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고바야시 변호사는 2004년 비포지티브 법률사무소를 설립했다. 세무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비포지티브 법률 사무소는 상속 분야 법률사무소 789위다. 직원이 11명으로 돼 있으나, 사실상 개인 법률 사무소로 알려졌다.

고바야시 변호사는 도쿄변호사회, 제1 도쿄변호사회와 함께 일본 변호사연합회를 구성하는 제2 도쿄변호사회 소속이다. 1926년 설립된 제2 도쿄 변호사회에는 변호사 4848명, 74개 법인, 159명의 외국 특별회원이 가입돼 있다. 도쿄의 상업 중심지인 긴자(銀座)에 사무실이 있다.

◆ “일본 소송 6개 중 첫 소송이 가장 중요”…첫 심리는 5분 만에 끝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크게 3개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원고별로 나누면 6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6개 소송 중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7월 28일 열린 긴급 이사회의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위임장을 받아 “일본 롯데홀딩스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며 지난 10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최대 시사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週刊文春)’ 11월 26일 자에 기고한 수기(手記)를 통해 “(쓰쿠다 등) 일본 임원들이 내게 알리지도 않고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11월 26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첫 재판은 5분 만에 끝났다.

2009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영입한 쓰쿠다 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변호사는 “한국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 위임장을 확인했다. 억지 부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일본 재판부는 롯데홀딩스 변호인에게 소송 대리권에 의문을 갖는 이유를 뒷받침할 서면을 12월 18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일본 재판부는 12월 25일 오후 3시 진행협의기일을 진행키로 했다. 진행협의기일은 심리를 충실히 하기 위해 구두 변론에 앞서 진행하는 절차를 말한다.

조문현 변호사는 “1년 전 쓰쿠다 사장의 허위, 과장 보고를 받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당시 부회장을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의 명령을 받아 신동주 부회장을 해임한 쓰쿠다 사장이 1년도 안돼 신 총괄회장이 위임장을 이해 못할 만큼 정상이 아니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또 “부당한 이사직 해임으로 손해를 봤다”며 일본 롯데·롯데상사·롯데물산·롯데부동산 등 4개 일본 롯데 계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조문현 대표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은 긴급이사회에서 해임되기 전 상황으로 돌려놓길 바란다”며 “일본 소송이 근원적으로 중요하지만 한국 소송도 신동빈 회장의 중국 부실 사업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10월 8일 롯데쇼핑을 상대로 "롯데쇼핑 회계장부를 열람·등사하게 해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냈다. 가처분 소송 제기 한 달 뒤 롯데그룹 7개 계열사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지난 7월과 10월 신 총괄회장에게 중국 투자손실 규모를 3200억원 수준으로 축소 보고했다”며 “계열사 대표들이 신 총괄회장에게 거짓 보고를 해 롯데 계열사 사업의 지속 여부, 투자 규모, 책임자 문책 등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 이사 해임 등 모든 조치는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