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 B아파트 전용면적 68㎡는 현재 3억원에 거래된다. 지난주에만 500만원쯤 떨어졌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 H 아파트 전용면적 71㎡도 2주 전 3억2000만원에서 지난주 3억1000만원으로 1000만원 하락했다. 상계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은 계속 나오는데 매수세가 끊겼다"면서 "그동안 전셋값이 오르면서 대출받아서 많이들 샀는데 살 사람은 거의 다 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르기만 했던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이 1년 6개월 만에 떨어졌다. 서울 전체로는 아직 오름세다. 하지만 노원구 등 일부 지역에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거래량도 심상치 않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전달보다 줄었다. 수도권의 경우 석 달 만에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집값·거래량·미분양 등 부동산 주요 지표가 모두 나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대세 하락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세 신호탄인가?

부동산시장조사 기업인 부동산114는 29일 "지난주 서울 노원구와 관악구 아파트 값이 각각 0.03%, 0.06%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들의 주간(週間) 단위 아파트 값이 떨어지기는 작년 상반기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서울 강동구(-0.03%)는 2주 연속 떨어졌다. 강남·금천·용산구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상승률이 '0%'였다.

경기도의 경우 구리시가 2주 전 마이너스 상승률(-0.02)을 보인 후 지난주에도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대전·강원·경북·충남 등 상당수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감소세다. 29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9272건으로 지난달(1만1670건)보다 20% 줄었다. 집값이 하락세인 노원구와 관악구는 각각 916건, 272건으로 한 달 만에 각각 30%, 28% 감소했다.

내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던 신규 분양 시장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인기 지역은 여전히 청약 열기가 뜨겁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비인기 지역은 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90%를 넘었던 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이 80%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현장 경기 사정에 밝은 공인중개사들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본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KB부동산 전망지수는 16개월 만에 100 이하로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공인중개사들의 3개월 이후 아파트 값 변화 전망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으로 100 미만이면 하락세를 전망하는 공인중개사가 많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10월(115.1)보다 크게 떨어진 79.1을 기록했고 지방 5개 광역시도 95.9에 그쳤다.

◇大勢 이미 하락 vs 숨 고르기일 뿐?

각종 지표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상승 국면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이 최대 50만가구에 달할 만큼 많아 공급 과잉 부담이 커진 데다 내년에는 가계 부채 종합관리방안 시행,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대세 하락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 보이는 이상 징후는 겨울 비수기와 그동안 과열에 대한 '숨 고르기'가 겹친 탓이 크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 추가 상승 여력이 적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아직 시장이 급랭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가 없는 신규 분양 시장으로 몰리면서 매매 시장과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되고 내년 2~3월 봄 이사철이 부동산 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