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는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다. 2010년 권영수 당시 LG디스플레이 사장과 팀 쿡(Tim cook) 당시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함께 심은 것이다. 사과나무는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왼쪽부터)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 ‘팀쿡 절친’ 권영수 부회장, LG유플러스 애플 협상력 기대

27일 LG유플러스(032640)신임 최고경영자가 된 권영수 부회장과 애플의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가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팀 쿡 현 애플 CEO와 부품 공급을 두고 여러 차례 협상하면서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지난 2011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암투병 중인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를 위로하면서 “애플의 COO인 팀 쿡이 잘하고 있어 거래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1년에 3번 이상 만나는 팀 쿡은 항상 상대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해 존경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4부터 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고 있고, 화면 사이즈가 큰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고사양 터치패널(IPS)도 납품하고 있다. 2018년 출시되는 아이폰8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LG유플러스가 아이폰6의 개통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인기 걸그룹 태티서도 참여했다.

LG유플러스 내부적으로는 권 대표의 취임을 반기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에 대한 LG유플러스의 협상력이 떨어졌다”면서 “애플과 가까운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를 맡으면 아이폰 초기물량 확보부터 단독 프로모션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아이폰6를 통해 처음으로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했다. KT가 2009년, SK텔레콤이 2011년에 아이폰을 도입한 것에 비해 5~7년 정도 늦었다. 이로 인해 통신 3사 가운데 아이폰 점유율은 LG유플러스가 꼴찌다.

◆ 뉴(NEW) LG유플러스,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 자동차 시장 진출?

권 회장의 글로벌 자동차 분야의 네트워크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LG화학 사장으로 재작하는 동안 GM, 르노, 다임러 등13개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르노그룹 티에리 볼로레 최고경쟁력책임자를 만나 ‘장거리 차세대 전기차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해 5월 LG화학 대표 근무 시절 르노그룹 티에리 볼로레 최고경쟁력책임자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자동차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경쟁사인 SK텔레콤은 기아차와 KT는 현대차와 공동개발으로 차량용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와 ‘유보’를 개발했다. 텔레매틱스란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현재 LG유플러스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텔레매틱스 서비스 공동개발 협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도 LG전자에서 생산하는 만큼 통신 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

LG그룹과 관계가 좋은 애플이 2020년을 목표로 자율주행 자동차 ‘아이카’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디스플레이, 배터리, 텔레매틱스·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패키지로 공급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 고위 임원은 “그동안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했다면, 권 사장의 취임으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B2B 사업에서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특히 권 사장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의 네트워크가 좋은 만큼 차량용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가진 글로벌 인맥은 ‘뉴(NEW) LG유플러스’를 위한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생각된다”며 “애플의 쿡 CEO와도 여러 차례 만난 만큼 향후 아이폰 도입 등의 협상과정에서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LG그룹을 이끄는 대표적 전문경영인이지만, 통신 관련 사업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이라면서 “권 부회장이 이끌었던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전지산업본부)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이지만, 통신업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