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천덕꾸러기'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접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디지털카메라 판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신제품 개발 작업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부진한 '한계사업' 정리에 디지털카메라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삼성전자(005930)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는 영국의 디지털카메라, 캠코더를 비롯한 주변기기들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런 이유에서 관련 제품들의 판매와 마케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독일과 네덜란드, 포르투갈에서도 디지털카메라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독일은 '포토키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기자재 전시회가 열리는 주요 시장 중 하나이다.

또 다른 거점인 북미에서도 철수설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북미 삼성전자 기술지원팀이 고객과의 실시간 채팅 도중에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 철수 계획과 관련한 문건이 확인됐다"고 답한 것이다. 이 고객은 이 채팅 내용을 캡처해 IT전문매체에 제보했다. 북미 삼성전자는 철수설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에서는 신제품 개발이 중단되고 렌즈 등 광학사업을 담당하던 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의료기기 사업부로 배치됐다.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 사업 철수설은 지난 2월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 기반의 프리미엄 카메라 'NX500'을 출시한 이후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3분기 디지털이미징사업부가 IM부문 무선사업부 내 팀(무선이미징사업팀)으로 격하된 것도 철수설 확대에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선두주자들과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미러리스 시장 점유율은 16%대로 1위 소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는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캐논과 니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미 철수했다.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판매망·제조 경쟁력과 반도체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는 뛰어났지만, 색감 표현과 같은 카메라의 본질적인 기술에서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카메라 사업 수익성에 의문을 품었다. 삼성전자의 201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이미징사업부의 영업권 가치는 2012년 825억9900만원에서 2013년 ‘0원’으로 줄었다. 영업권은 회사가 앞으로 해당 사업으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평가한 것이다. 카메라 사업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2016년도 삼성전자 예산 편성에서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에 편성된 예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도로 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나쁜 사업부를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며 "광학기술을 의료기기와 웨어러블을 지원하는 용도로 전환하고, 법적 유지보수 기간을 지키기 위해 사업부를 일정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