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봉 하나도 아껴 씁니다. 최대한 허리띠 졸라 매야죠” (대우조선해양 부장)

“올해는 송년회 없어요. 긴축에 돌입하면서 모든 행사 다 취소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대리)

“서울 사무소에서 거제조선소로 출장 갈 때 버스만 탈 수 있어요” (삼성중공업 과장)

올해 조(兆) 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고 있다.

일러스트=김연수

◆ 4조원 넘는 영업손실 낸 대우조선해양 “남는 철판도 재활용한다”

조선 3사 중 상황이 가장 어려운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직원들에게 11월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웠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4조2000억원을 지원 받기로 해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에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비용 절감 방안을 내놨다.

선주들이 주문을 변경할 때 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 최대한 많은 주문 변경을 유도할 계획이다. 주문 변경으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지체 보상금 재협상도 한창이다.

현장에선 용접봉 하나도 아껴 쓴다. 쓰고 남은 철판도 강도 테스트용으로 재활용하고, 컬러 인쇄도 금지하고 흑백 인쇄만 허용한다. 대부분 전자 문서로 대체했다.

비핵심 자산을 팔아 7500억원을 만들 계획인데, 서울시 마곡지구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땅(6만1200㎡)부터 매각할 계획이다. 작년 연구개발센터를 짓기 위해 2000억원을 주고 샀다.

서울 중구 본사 사옥은 매각 뒤 다시 임대해 사용키로 했다. 당산동 사옥도 내놓았다. 연수원과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엘씨(FLC)는 최근 400억원에 팔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55명(2015년 6월 기준)을 46명(2015년 9월 기준)으로 15% 줄였다. 남은 임원들은 지난 9월부터 기본급의 10~20%를 반납하고 있다.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 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해, 30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줄줄이 급여 반납 “차장이 부장 보다 월급 많아" 자조도

현대중공업은 올해 1~3분기에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3조249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일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모든 사내외 행사를 중단했다. 회사 차원의 송년회도 모두 취소됐다. 부서별, 팀별 송년회 규모도 줄이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을 포함한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임원도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키로 했다.

조선 관련 계열사들의 부서장도 급여 10%를 반납한다. 현대중공업 직원 사이에선 “차장이 임원과 부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이번 긴축으로 5000억원이 넘는 경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자체 절감액 규모만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 흑자를 내지 못하면 다 물러난다는 각오"라고 한 고위 간부는 말했다.

◆ 삼성중공업, "상시 희망 퇴직 중"

삼성중공업(010140)도 1조원 넘는 영업 손실 위기에 놓여 있다. 작년부터 이미 비용 절감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 사무소와 거제 조선소를 오가는 출장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의무다. 사보도 온라인으로 바꿨다. 신년 달력도 제작하지 않는다.

건설사업부 규모도 부서 단위에서 팀 단위로 축소했다. 건설 사업부는 골프장 등도 수주했지만, 작년 규모가 줄어들면서 조선소 자체 공사만 맡고 있다.

지난 9월엔 화성 사업장 부지와 건물을 300억원에 판 뒤 임대로 쓰고 있다. 작년부터 상시 희망 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조선 3사가 앞다투어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조선 산업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른다. 세계 경제 침체, 저유가 등 외부 요인이 개선돼야 하고, 공정 개선 등 내부 효율 개선 작업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다고 비용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