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미분양 증가…지방 집값 하락 가능성"
"공급과잉 우려할 정도는 아냐…가계부채 대책 지켜봐야"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이 넉 달 만에 증가했다. 김포,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 공급 물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이 더 쌓이며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미분양주택은 전월보다 7.1%(1027호) 늘어난 1만5576호로 집계됐다. 7~9월에는 소폭 감소했는데 넉 달 만에 증가한 것이다. 경기에서 976호 늘었고 인천과 서울은 각각 38호, 13호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7.4% 감소해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221호로 0.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 “수도권 분양 늘어난 영향…내년 상반기까지 증가할 것”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늘어난 것은 분양 물량이 꾸준히 증가한 영향이 컸다. 올해 1~10월 수도권에서는 21만8761호가 분양 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4%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은 연말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분석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물량은 3만6872호로 지난 3년 평균인 1만9589호보다 88%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중 수도권은 2만2620호, 지방은 1만4525호다. 올해 분양가 상한제가 탄력적으로 적용되고 청약제도가 간소화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고 내년에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팀장은 "주택 분양이 10~12월에 집중돼 있는데 10월 이후 청약한 전국 120여개 단지 중에서 1순위로 마감한 곳이 절반 밖에 안된다"면서 "연말까지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에 일부 지역에서 분양 물량을 워낙 많이 밀어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공급과잉 우려하긴 일러…지방은 집값 하락 우려”

조선일보 DB제공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의 미분양 물량이 공급 과잉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전월보다 약 1000호 정도 늘어난 것에 불과하고, 전국 미분양은 올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3만호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2012년 말 7만5000호, 2013년 말 6만1000호, 2014년 말 4만호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5~6개월 정도는 증가 추세가 이어져야 공급 과잉을 걱정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공급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주택 인허가가 70만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공급)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값이 많이 오른 일부 지방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2007년 이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는 동안 부산 등 일부 지방에서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면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 집을 분양 받는 사람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는 2017년이다. 이 때 입주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미분양 물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쌓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인허가 물량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 금융정책”라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사람들이 집을 안 사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는 미분양이 쌓이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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