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까르푸 노동조합의 부당해고 사건을 배경으로 한 웹툰 원작 드라마 ‘송곳’ 이야기가 현실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삼표그룹에 인수된 동양시멘트 하청근로자들의 해고 사태가 드라마 ‘송곳’과 빼닮아있다. ‘송곳’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와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는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인 만큼 노동 문제들을 지적하는 내용이 시청자 공감을 사고 있다.

종로구 소송동 삼표그룹 본사 앞에는 동양시멘트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드라마에서는 삼진주식회사 노조원 문소진(김가은 분)이 원청 회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이 나온다. 주인공 이수인(지현우 분)이 노조를 만들려 하자 노무사인 구고신(안내상 분)이 실제 시위 현장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데려갔던 장면이다.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인 동일과 두성 근로자들도 드라마 속 삼진주식회사 노조원들과 상황이 비슷하다. 동일은 동양시멘트 삼척 공장에서 흙, 암석, 광물 채굴과 절단, 가공, 갱내 원료 운반 등을 맡은 하청회사다. 두성은 제조 공정 관계 하도급사다. 이들 노조는 동양시멘트가 두 업체에 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직접 작업 지시를 내렸고, 이는 근로자파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두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 가입했다.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에 해당 사내 하청 노동자 24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드라마 스토리와 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청업체인 동일은 동양시멘트와 도급계약 해지를 이유로 노동자 110여명을 해고했다. 고용노동부의 권고가 강제력이 없어 노동청 결정에 불복하는 움직임이었다. 설연휴를 앞둔 2월의 일이다.

이후 동양시멘트는 삼표그룹 손으로 넘어갔다. 동양시멘트 주인이 바뀌자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은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도 시위했다. 하지만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인수 후 해고된 110여명을 재고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동양시멘트 인수비용이 7000억원이 넘게 들어가자 재고용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송곳’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시위 중에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드라마 속 부당해고와 관련된 시위는 동양시멘트 하청 근로자들의 모습과 닮았다.

사태가 진전이 없자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다. 11월 17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동양시멘트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하청업체가 통보한 해고는 사실상 동양시멘트가 해고 통지한 것과 마찬가지란 결과였다.

해당 판결은 하청 근로자들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재고용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대법원 판결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표그룹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재고용 문제는 판결이 나온 뒤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