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에 당부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장자의 말씀 중에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하찮은 일로 싸운다는 사자성어로, 부질없는 싸움이나 별 성과가 없는 전쟁을 비유합니다. 통신 3사가 성장성을 잃은 기존 시장의 잔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의 발견과 진출을 위한 제도개선 등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를 비판했다.

이 실장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은 기업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데 흔하게 발견되는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M&A를 부정적인 사례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통신3사가 (싸울 게 아니라)통신·방송 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SK텔레콤은 2002년 신세기통신 인수 당시 발표된 정부의 M&A 인가 조건을 우회하는 방송, 통신 결합상품을 출시해 지배력을 확대했다”며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산업적 성장 차원이 아닌 해지율 저하, 1인당가입자매출(ARPU) 상승을 꾀하는 이기적인 M&A 시도”라고 비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무선 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업계,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공정 경쟁의 저해가 없는지, 방송의 공익성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위기에 처하고 서비스 유지에 어려운 기업의 인수합병이 아닌 만큼 6개월이든, 1년이든 충분히 논의한 뒤 승인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완료하기 위해선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크게 전기통신사업법(미래부), 방송법(미래부·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법(공정거래위원회)과 관련된 인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은 최근 인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가 신청 마감일인 다음 달 1일까지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아직 SK텔레콤 측에서 세부적인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며 “다만 공정경쟁, ICT 산업의 발전,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다양성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가 전문성을 갖고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은 “인가 신고서가 제출되면 가장 먼저 결합을 하려는 기업의 시장 상황이 어떤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통신 시장의 추세와 해외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고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경제학자, 방송통신분야 전문가 등의 외부 얘기를 많이 들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