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일대 식당가에는 LG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11월 26일과 27일로 예정된 LG그룹 인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장급 이하 직원들은 인사판도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또는 직속 상사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 높은 관심을 보였다. LG트윈타워 내 사무실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보였지만 고요한 긴장감도 흘렀다.

LG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회사로고가 보이고 있다.

한 LG 계열사 직원은 “통상 인사 전날 오후 쯤이면 대략 윤곽이 나오는데, 올해는 막판 혼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LG그룹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두 부회장의 거취다. 오너가인 구본준 LG전자(066570)부회장과 통신계 노장 이상철 LG유플러스(032640)부회장의 행보에 따라 인사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구본준 부회장, 자리이동 있을까?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2010년 9월 퇴진한 남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를 이끌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3월 베트남 북부 하이퐁 캠퍼스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전자가 피처폰(일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늦어, 실적이 바닥을 찍고 있을 무렵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회사의 체질개선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태양광 같은 LG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한 것은 구 부회장의 공로다. LG전자는 구글, GM 등이 개발하는 차세대 차량에 핵심부품을 잇따라 공급, 자동차 부품회사로 변신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 LG화학과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력회사들을 차례로 거쳤다.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에서는 조단위 적자를 무릅 쓰고 뚝심 있는 투자를 밀어부쳤다. LG디스플레이가 오늘날 세계 1·2위를 다투는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LG그룹 사장단 주요 인사 명단.

올 해 인사를 앞두고 LG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의 (주)LG와 LG상사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가 LG전자에서 (주)LG로 자리를 이동한 데 이어, 구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사업을 아우르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상사의 경우 구 부회장이 LG전자에 오기 전 CEO를 맡았던 회사라는 점에서 복귀론이 제기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LG상사의 지분 3.01%를 가지고 있어 개인주주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구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를 통솔할 차세대 CEO가 뚜렷이 보이지 않아 올해도 LG전자에 잔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상철 부회장, LG유플러스 떠나나

2010년부터 LG유플러스를 이끈 이상철 부회장의 퇴진 여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이 합쳐진 LG유플러스의 통합작업과 국내 최초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추진해 화제를 모았다.

비록 LG유플러스가 KT를 꺾지 못하고 국내 무선 통신시장에서 만년 3등에 머물러 있지만, LTE 서비스 초창기에는 무서운 기세로 경쟁사를 긴장시켰다.

구본무 회장의 신임을 받아 공격적인 통신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이 LTE 서비스로 이미지를 변신하는데 성공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1948년생으로 오너가를 제외하면 LG그룹 내 CEO 중 고령에 해당한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 사장이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기면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 예상보다 인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