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는 인도가 애플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애플의 생산 공장을 인도에 지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올해 9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이 성사된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이같이 말했다. 스와루프 대변인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쿡 CEO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를 입증하듯 쿡 CEO는 모디 총리와의 만남을 “훌륭했다(terrific)”고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9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를 만나 인도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건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12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시장이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는 삼성전자다. 아직 애플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플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 다음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할 경우 삼성전자(005930)는 1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 “경쟁사들 현지 생산…애플도 따를 가능성 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24일(이하 현지시각) “인도는 애플이 아직 손대지 않은 커다란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애플에 인도는 기회의 땅이 아니라 ‘실패의 땅’이다. 애플 아이폰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0.9%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중국과 인도 현지 업체들에 밀려 순위도 18위에 그쳤다.

애플이 인도 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는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인도 소비자들은 아직 150달러(약 17만원) 이하의 중저가폰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아직까지는 고가의 애플 제품에 부담을 느끼는 인도 소비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더버지가 인도를 기회의 땅이라고 표현한 건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더버지는 모디 총리와 쿡 CEO의 만남을 거론하면서 “인도에 공장을 지으면 생산비와 물류비,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고, 그 만큼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버지는 이미 애플의 경쟁업체들이 인도 현지 생산으로 긍정적인 결과물을 얻고 있다면서 애플의 인도 공장 설립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중국 레노버는 올해 8월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공장에서 연 600만대 규모로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3분기 레노버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5%로 4위에 올랐다.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 공급하는 스마트폰 ‘홍미’ 시리즈는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스리시티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된다. 샤오미와 폭스콘은 인도에 공장과 연구개발(R&D) 단지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TV 광고·현지 임원·보급형 모델…현지 공략 강화”

애플이 올 하반기 들어 인도 시장에 예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는 더 있다. 애플은 지난 7월부터 인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TV 광고를 시작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전반을 책임질 임원, 인도 정부와의 협력을 도울 정책 조언자도 새로 고용했다.

애플은 인도 소비자를 겨냥한 보급형 아이폰 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달 10일 애플이 인도, 베트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6C’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폰6C는 내년 상반기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오 예상된다. 밍치궈 KGI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아이폰6C는 아이폰5S처럼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은 인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인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는 점도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성장세에 있다는 점도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에 긍정적인 신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4일 올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인도의 GDP 성장률이 7.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딥 메흐타 IDC 이사는 “애플은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도 1위 삼성전자 아성 흔들릴 수도”

전문가들은 애플이 인도에 공장을 세워 제품 출고가를 낮추고, 마케팅을 지금보다 더 강화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업체로 삼성전자를 꼽는다. 이미 전 세계 주요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저가 경쟁력까지 갖추면 삼성전자가 당해낼 재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애플뿐 아니라 구글, 화웨이 등 대부분의 경쟁사가 인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더버지는 “삼성전자가 4세대(4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갤럭시 그랜드 프라임’과 ‘갤럭시J2’를 인도 시장에 출시해 정상 자리를 지켰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인도 현지 업체인 마이크로맥스(16.7%)와 인텍스(10.8%)가 쫓고 있다. 레노버와 인도 라바(4.7%)는 각각 4위와 5위에 올라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4%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인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애플의 움직임도 삼성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인도 현지 가전업체 크로마와의 제휴를 통해 인도 내 6개 지역에 애플스토어를 개장하기로 했다. 5개 매장은 뭄바이, 나머지 1개는 방갈로에 들어선다.

또 애플은 지난 6일부터 자사의 스마트 손목시계 ‘애플워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위원은 “갑부가 넘쳐나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초기 단계 시장”이라며 “인도 소비자의 구매력이 애플 제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강화될 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