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검증위원회)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노동 환경과 각종 암·희귀질환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해당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 생활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권고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장 내 직업병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10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검증위원회는 25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진행한 SK하이닉스의 청주 M8라인과 이천 P&T 공장의 산업보건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장재연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검증위원회가 분석한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의 건강검진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사무직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 확률이 2.4~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생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갑상선암 발생 확률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남성은 2.6배, 여성은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표적인 반도체 직업병으로 거론되는 뇌종양과 백혈병, 림프종 등의 질병과 반도체 생산 환경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장재연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확률이 낮은 희귀질환은 인과관계 평가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 근로자에 비해 SK하이닉스 생산직 근로자들의 암 발병 확률이 높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확보된 사례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증위원회는 SK하이닉스가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유지를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했다.

장 위원장은 “아직까지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근로자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위원회는 SK하이닉스 생산직으로 1년 이상 일한 노동자, 퇴직자와 협력업체 재직자, 자녀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검증위원회는 갑상선암, 뇌종양, 위암, 전립선암, 직장암, 췌장암, 난소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등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지원 대상 질환에 포함시켰다. 다발혈관염육아종증, 전신성 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등의 희귀 난치성질환과 불임, 자녀의 소아암과 선천성 심장기형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검증위원회는 보상과 별도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작업장에서 산업보건안전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총 127개 개선과제를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입장 자료를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전격 수용, 의심 사례로 나타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2015년 현재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1230억원의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며 "이를 매년 10%씩 늘려 2017년까지 총 4070억원을 재원을 안전보건관리 및 시설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