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때문에 IRP에 가입하려는데, 수수료가 왜 이렇게 높은가요? "(40대 회사원 박현철씨)

단 0.1% 이자라도 아쉬운 초저금리 시대에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IRP란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다. IRP는 올해부터 1년 300만원까지 추가 세액공제(13.2~16.5%)가 가능해졌다. 하지만IRP에 가입하면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계좌 평가액의 0.3~0.6%에 달하는 비용을 해마다 금융회사에 지불해야 한다. 수수료가 늘어나면 가입자는 그만큼 나중에 받을 연금 수령액이 쪼그라들게 된다. 예컨대 IRP(연 1.63% 수익률 기준)에 매년 300만원씩 20년을 넣는 경우, 수수료율이 0.3%인 경우 총 수수료로 18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0.5%로 높아지면 305만원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현행 IRP 수수료 체계는 과거 고금리 시절에 책정했던 것"이라며 "저금리 상황에 맞게 기본 수수료를 낮추고, 퇴직연금 성과에 연동해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가입회사 따라 수수료 두 배 차이

작년까지 연금 관련 세액공제는 연금저축이든 퇴직연금이든 상관없이 연 400만원이 한도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세액공제 한도가 7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때 늘어난 300만원 추가 한도는 퇴직연금(IRP 또는 개인책임(DC)형 연금)에 넣어야 절세가 가능하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으면 13.2%, 5500만원 이하인 경우엔 16.5% 세액공제된다. 따라서 만약 총급여 5000만원인 직장인이 연금저축과 IRP에 700만원을 납입한다면, 115만5000원(16.5% 세액공제)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절세 목적에서 추가로 넣는 300만원에 대해서는 개인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50개 퇴직연금 판매사별로 제각각인데, 최저 0.25%에서부터 최고 0.6%까지 두 배 차이 난다. 증권사들이 연 0.25~0.5% 수준이고, 은행과 보험은 연 0.4~0.6%에 달한다. 수수료는 계좌 평가액에 연동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쌓이는 금액이 커질수록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IRP에서 일반 예금이 아니라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한다면 별도의 비용(연 0.8~1%)을 또 물어야 한다. 최근 일부 금융회사들은 연말을 앞두고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연 0.46~0.5% 수준이던 IRP 수수료를 0.38~0.4%로 낮췄다. 삼성생명은 지난 23일 실적배당형 보험 IRP의 수수료를 0.05%포인트 내렸다. 온라인 가입자에겐 수수료를 0.1%포인트 덜 받는다.

◇"장기가입자 수수료 할인 검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111조원(9월 말 현재) 가운데 8조8700억원이 개인형 IRP적립금이다. 이 가운데 6조4370억원(72.6%)이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회사원 최석찬씨는 "IRP 가입자들은 대부분 펀드가 아니라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하니까, 금융회사 입장에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데 무조건 매년 0.4~0.5%씩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기본 수수료는 0.1~0.2% 정도로 낮게 정하고, 금융회사들이 잘 관리해서 일정 수준 이상 성과가 나오면 수수료를 더 내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가 IRP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많지 않다. 단골 고객에게 수수료를 깎아주긴 하지만, 2년 이상 가입하면 10~15% 할인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 가입자는 운용 원가가 낮기 때문에 그만큼 수수료 인하 여지가 높다"면서 "장기 가입자 할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