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로 들어가는 순간 적자…관리비만 건져도 다행"
"건설업 구조조정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업체부터 쓰러져"

“종합 건설업체들은 예정가격의 80%에 공사를 낙찰받아도 손해라고 아우성치는데, 전문 건설업체들은 직접 원가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공사비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으면 전문건설업계가 몇 년 안에 몰락할 수도 있습니다.”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월 30일 약 4만개 중소 하도급 건설업체를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신임 회장에 오른 신홍균 회장은 2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문 건설 산업이 붕괴 직전에 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저가 입찰제로 들어가는 순간 종합 건설업체도 10~20%는 손해를 보게 돼 있다”며 “적자를 안 보고 관리비라도 나오면 대박 사업으로 보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종합 건설사는 물론, 전문 건설업체들도 죽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이나 품질, 최소한의 원가를 보장할 수 없는 공사를 국가가 발주하는 것은 국가가 건설업체를 다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업체가 먼저 무너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비와 인력을 가진 회사는 사무실 하나에 건설면허만 가진 회사보다 고정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인원, 장비를 제대로 갖춘 업체와 사무실 하나에 면허만 가진 업체가 있다면 면허만 가진 업체가 정리돼야 하는데, 경기가 나쁘면 면허만 가진 업체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며 “실제로 전문업체 가운데 부도난 회사들을 보면 연 매출 3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인 대형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 구조조정 부작용으로 제대로 된 회사가 먼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이른바 ‘갑을 관계’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바뀌고 있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신 회장은 “하도급자 선정이 끝난 후에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실행가격이 높다며 재입찰에 부치는 경우가 아직도 빈번하다”며 “또 현장 설명 후에 입찰 마감까지 기간을 짧게 주고 낙찰된 후에 견적 착오나 오류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하도급자에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7년 10월 말까지 전문건설협회를 이끌 신 회장은 재임 기간에 전문 건설인의 권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문 건설업계의 현안은 전문 건설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현재 4억원에서 7억원으로 늘리고 분리발주(하나의 공사를 둘 이상의 업체에 발주하는 것)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신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신 회장은 “선거 전까지 중앙회 회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고 다른 사람이 직무대행을 하는 등 협회가 지난 2년간 분란의 소용돌이에 있었다”며 “협회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고 전문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1952년생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대우건설 ▲대홍에이스건업 대표이사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 ▲한국건설산업품질연구원 이사장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사장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10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