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청장년층(15~64세) 인구의 비중은 2012년 73.1%로 최고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작년까지 유지되다가 올해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장년층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라고도 하는데, 이들의 절대 숫자도 내년에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롤러코스터가 꼭대기에서 막 내리막으로 접어들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요즘 '인구절벽'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절대적·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좁게 보면 소비를 많이 하는 40대 중반 연령층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말하기도 합니다.

세계 역사에서 볼 때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특히 이들의 상대적 비중까지 줄어드는 것은 최근 일본의 사례를 제외하면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태입니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한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이때에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므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평균수명도 짧았던 데다가 대다수 사람이 죽기 직전까지 일했고, 어린이들도 상당수 일을 했기 때문에 생산인구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는 인구구조 변화가 '절벽'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두려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인구 감소로 매년 1인당 성장률 0.6%p씩 줄어

청장년층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두렵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이 활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들이 부양해야 할 인구의 비중은 높아집니다. 청장년층은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연령층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비중이 줄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뿐만 아니라 투자·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내수가 줄고 생산 활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성장 잠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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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이 인구구조 때문에 매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얼마나 줄어들게 되는지를 계산한 결과를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구구조 때문에 성장이 저해된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0.6%포인트씩 인구로 인한 직접적 감소 요인이 발생하고,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 추세가 계속됩니다. 기술 수준이나 자본 축적 수준에 변화가 없다면 평균적으로 생활수준이 매년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술 혁신이나 자본 축적을 통해서 이를 상쇄하면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순풍이었던 인구구조가 역풍으로 바뀌게 되면 똑같은 노력을 해도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조직이 고령화되면서 기업들의 혁신성이 감소하고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도 또 다른 역풍이 됩니다.

중국이 지난 35년간 지속해 왔던 한 자녀 정책을 얼마 전 폐기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입니다. 처음에 출산 제한으로 자녀 수가 줄어들었을 때는 당장 부양해야 할 가족 수가 적어지니까 1인당 먹을 것이 많아져서 생활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또 부양가족 수가 적으면 저축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자녀 한 명에게 더 많은 교육비를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양 부담이 줄어들어서 발생한 이득을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출산이 오래 지속되면 과거의 어린이 수 감소가 이제는 청장년층 감소로 이어지고 대신 이전에 많았던 청장년층은 노년층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전체 인구에 비해 청장년층이 줄고 노년층이 늘어나는 단계가 되면 부양 부담이 늘어나서 인구 배당이 마이너스로 돌변합니다. 지금은 젊은이 5~6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10년 후에는 젊은이 3~4명, 20년 후에는 젊은이 2명이 노인 한 명을 직간접적으로 부양해야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추세를 돌려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 높이기 정책은 너무 늦으면 효과 없어

문제는 지금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당사자인 개별 가계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별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개별 가계의 생활비와 가사노동 부담이 곧바로 늘어납니다. 그러나 아이로부터 얻는 행복감이나 미래에 혹시 아이가 내 노후 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이렇게 늘어나는 부담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결혼이라는 일차 관문조차도 통과하기 쉽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것임에도 불구, 그 비용은 젊은이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결혼·출산의 사회적 가치와 사적 가치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할 때는 정부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혼·출산·육아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사회가 더 부담해서 사적 비용을 줄여주거나, 자녀 수가 많을수록 경제적 혜택을 더 받도록 해서 출산으로 개인이 받는 혜택을 높이는 등의 정책들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책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성공하려면 적절한 타이밍이 아주 중요합니다. 젊은이 2~3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는 출산 장려 정책을 확대하려고 해도 재정 자금이 이미 바닥나서 더 이상 손을 써보기도 어렵게 될 것입니다. 설령 그때 가서 빚을 내서라도 뒤늦게 출산율을 올린다고 해도 나라 경제는 상당 기간 노인과 어린이를 동시에 부양하느라 재정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이 모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하루라도 더 늦기 전에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켜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존립까지 걱정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너무 비관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프랑스, 영국,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저출산의 과정을 겪었지만 최근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과 출산 친화적인 기업 문화 정착 등 전 국민적인 노력의 결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인구절벽이 국가적 위기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

15~64세의 청장년층 인구(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상대적인 비중이 줄어들면서 마치 사람이나 물건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처럼 감소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악영향이 나타난다. 좁게는 소비를 많이 하는 40대 중반 연령층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