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오르는 주식, 이기는 스포츠 경기, 불리함을 이겨낸 승자의 이야기 등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득점을 한 공격수는 박수 갈채를 받지만 상대의 맹공을 막아내며 승리에 기여한 수비수는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세계에도 적용된다. 다양한 공격적인 투자 기회들이 주목을 받는 한편 포트폴리오 방어에 대한 논의는 가려지기 일쑤다. 즉 주식, 부동산 등 투자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채권, 현금 등 자본을 보존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게 해주는 방어적 자산군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승리에 대한 선호 편향은 자산 별 투자 전략을 짤 때 더욱 뚜렷해진다.

계산하기 (Doing the maths)

투자자들은 주로 ‘어떤 주식에 투자할지’를 생각한다. ‘어떤 주식을 피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자들은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2배 이상 상승했다는 이야기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매수하지 않았던 주식의 가치가 반 토막 난 상황에는 별 관심을 안쓴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견된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행위 역시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보유 주식이 손실을 기록하면 포트폴리오의 총 투자 원금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원금 100원을 투자한 주식이 10%의 손실을 기록하여 투자 원금이 90원 남았다면, 앞으로 11%의 수익을 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즉, 포트폴리오 보유 종목 중 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액을 메워야 하는 기준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다른 주식들이 더 높은 투자 수익률(effective hurdle rate of return)을 달성해야만 한다.

게다가 손실이 커질수록 원금 회복에 필요한 투자 수익률도 상승한다. 20%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수익률을 손실 이전의 수준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25%나 되는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손실 회피 (Avoiding losses)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본인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며, 제 1투자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경영 상태가 부실한 기업 혹은 구조적 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기업을 분별해 내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 중에서 투자가 유망한 승자기업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를 추려내는 것이 간단할 수 있다. 올해 1분기에 미국의 상장 기업 중 26곳이 파산했다. 이는 2010년 이래 최대 수치다.

이 기업들은 중소기업이 아니었다. 이 중 자산 가치가 5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들도 6곳이나 있었다. 26개 파산 기업 중 다수는 원자재 관련기업들이었다. 원자재 업종은 최근 5년 사이 가치가 하락한 대표적인 업종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5년 사이에 원자재 주식들의 글로벌 시가총액이 급락한 것을 두고 ‘침묵의 약세장(silent bear market)’이라고 묘사했다. 같은 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헬스케어, 미디어, 소비자 업종의 선전에 원자재 주식들의 하락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주식 매니저들은 원자재의 수요 약세, 과잉 공급 우려,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원자재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7년 사이에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원자재 업종이 여러 주가 지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원자재 비중이 높은 인덱스 펀드 투자자라면 이러한 비중 감소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경우 천연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의 비중이 2010년 15%였지만 지금은 6% 미만으로 하락했다. 특히 브라질의 철광석 업체인 베일(Vale)은 원자재 주식의 추락을 이끈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MSCI 브라질 지수에서 베일의 비중은 8% 이상에서 현재 3% 수준으로 급락했다 – 하단의 그래픽 참조)

►중국 경기 둔화 단계에 따른 Vale의 주가 추이

1단계: 중국의 경기 가속화가 Vale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
2단계: 중국의 성장세가 2007년 고점을 기록함. Vale에 대한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
3단계: 중국 경제 둔화가 Vale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

과거 실적은 미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위험요소가 있는 주식을 보유했을 때 이를 회피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주가가 급락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 bias)이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 회피 성향이란 투자 수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상황은 투자자들이 소유물에 대한 애착을 느끼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로 인해 손절매를 꺼리게 된다는 점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이러한 소유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시행했던 유명한 실험을 살펴보자.

두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머그컵을 나눠주고 동일한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매도할 수 있게 했다. 이 실험의 경우 동일한 가치의 상품은 펜이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본인들이 소유한 머그컵을 펜과 교환하기 위해 제시한 머그컵의 가격은 본래 가격보다 두 배에 달했다. 머그컵과 펜은 동일한 가치의 상품이라고 전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시 원자재 기업 베일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앞서 설명한 ‘소유효과’를 베일의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10년부터 이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에게 적용시켜보자. 이론대로라면 이 투자자는 베일의 주식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어 가치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를 강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높은 수익률로 영광을 안겨줬던 이 주식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투자자들이 어떤 주식에 대해 느끼는 가치는 실제 시장 가치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해당 주식을 둘러 싼 투자 논리가 변화하고 있는 경우 이는 상당히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편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흐름 즉 해당 산업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 주식 리서치와 절대/상대적인 밸류에이션 평가를 통해 논리적이면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시 승자 주식을 고르는 데 치중할 뿐 회피의 측면은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산업 및 소비의 트렌드는 변화한다. 그에 따라 투자를 피해야 하는 기업이 명백히 구분되고 있는 현재의 투자 세계에서 회피 전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적인 투자 전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