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금융을 결합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될 겁니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창쩐밍 중신그룹 대표)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와 중국 중신(中信)은행이 손잡고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8일 두 기업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밝힌 포부다. 두 회사는 합작으로 세우는 은행의 이름을 '바이신(百信)은행'으로 정했다.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은행이다.

바이신은행이 출범하면서 흔히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불리는 중국의 간판 IT 기업들이 모두 은행업에 진출하게 됐다. 텐센트는 지난 1월 중국 최초 인터넷은행인 위뱅크를, 알리바바는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지난 6월 인터넷은행 ‘마이뱅크’를 세웠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BAT 전선이 금융 시장으로 확대됐다”(로이터통신)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신은행’ 설립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뒤인 18일 오전. 한국의 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 설립 규제 완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상정된 2건의 ‘은산분리(銀産分離·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는 것)’ 규제 완화 법안을 논의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금융계와 산업계에선 실망의 한숨이 쏟아졌다는 소식이다.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은 국회에서 벌써 4개월 째 잠을 자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을 250억원으로 하고 상호출자 제한집단(61개)을 제외한 비금융 주력사업자(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한도를 4%로 정한 현행 규제하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카카오뱅크(카카오), K뱅크(KT), I뱅크(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생겨나기 힘들다.

한국은 전체 인구 중 93%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48%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이미 2000년부터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가 있었다. 중국은 최초의 민간은행인 민생(民生)은행이 설립된 게 1996년 일만큼 현대 금융의 역사가 한국보다 짧다.

하지만 바이신은행의 출범 소식은 IT와 금융이 결합하는 핀테크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한참 앞서가고 있음을 새삼 부각 시킨다. 중국 정부는 규제보다는 장려에 초점을 맞췄다. 인터넷은행이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쉽게 대출해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인터넷은행은 금융의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중금리 대출(4.9%~15%)시장을 메울 수 있다. 사전 규제에 치중하는 것은 정부가 시장 진입자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핀테크와 같은 신규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사전규제는 줄이고 사후감독을 강화하는 중국 식 접근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수준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도 중국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