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메뚜기족’이 늘고 있다. 주변 카페만 들어서도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노트북 PC로 업무를 보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노트북 PC도 거추장스러운 시대다. 1.5미터(m)에 달하는 전원 코드와 전용 가방을 챙겨야하고 와이파이가 안되는 지역에선 무선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에그 등 준비물이 필요하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이용자들에게 이런 불편에서 벗어나는 해방구 역할을 했다. 이들 기기의 무게가 1kg 미만이어서 휴대하기 간편하고 소형 충전기 하나만 챙기면 배터리 걱정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기를 이용한 문서 작업은 인내심이 많은 이용자가 아니라면 기피할 수밖에 없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터치’ 방식으로 글을 적고 자료를 찾으려면 숱한 오타와 오작동을 감내해야 한다.

LG전자(066570)가 메뚜기족에게 제시한 대안은 '롤리(rolly) 무선 키보드(사진)'다. 롤리키보드는 '돌돌 말다(roll)'라는 영어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름처럼 김밥을 말듯 4단으로 접히는 게 특징이다. 다 접으면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부채만한 크기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 롤리키보드를 펼치면 전원이 들어오고, 접으면 전원이 꺼진다. 별도의 전원 버튼은 없다. 휴대성 만큼은 써본 무선 키보드 중 가장 좋았다. 또 접었을 때 키보드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파우치(작은 가방)도 필요하지 않았다.

롤리키보드의 키는 4단으로 구성됐다. 스페이스바와 옵션, 커맨드 등의 키가 맨 아랫단에 있고, 나머지 3단은 자음, 모음 키로 배열됐다. 숫자와 특수기호는 기능키(fn)를 이용하면 된다. 모바일 기기와 롤리키보드를 연동하려면 fn키와 페어(Pair) 버튼을 동시에 2초간 누르면 된다. LG전자의 10.1인치 크기 태블릿PC 신제품인 G패드II FHD를 연결해 롤리키보드를 써봤다.

롤리키보드의 키감은 노트북 PC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롤리키보드는 노트북 PC에 쓰이는 ‘펜타그래프’ 방식으로 제조됐다. 경쾌한 키감을 주진 못하지만, 초박형 디자인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구성은 예상보다는 좋았다. 키보드의 단마다 이음새가 생각보다 약하진 않아, 일상적인 수준의 힘에는 부러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모바일 기기를 올려놓는 용도로 내장된 거치대는 이음매가 약했다. 롤리키보드는 ‘AAA’ 배터리 한개로 가동되는데, 배터리 덮개가 헐거워 계속 열렸다.

롤리키보드는 고속의 타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블루투스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뒤처지는 부분이다. 우선 무게가 150그람(g)에 불과해, 키보드 거치대에 태블릿PC를 올려놓고 타자를 치면 키보드가 많이 움직였다. 책상과 같이 반듯한 곳에 놓지 않고서는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단점이었다. 무릎에 놓고 타자를 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손가락으로 누를 때마다 키보드가 접혔다. 또 숫자와 ‘@’나 ‘!’와 같이 자주 쓰이는 약물을 쓰려면 별도의 키를 계속 눌러야 해 불편했다. 후속 제품에서는 숫자열을 따로 뒀으면 한다.

롤리키보드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성공한 제품이다. 4단 접이식은 획기적이었고, 실용성도 일부 갖췄다. LG전자 제품에 회의적이었던 이용자들이 다시 LG전자를 돌아보게끔 한 제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2만원대에 출시된 롤리키보드는 무선 키보드 중에서 비싼 축에 속한다. 중소기업들이 내놓은 2단 접이식 무선 키보드의 가격대는 3~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