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적자원관리 컨설팅 기관인 타워스 와트슨(Towers Watson)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세계인재전망 보고서(Global Talent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재부족현상이 가장 심한 국가로 지적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율이 7%를 넘어서고 있고 20대 취업자 수가 매년 7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재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의 하나가 글로벌화의 확산이라는 전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UN무역개발회의의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8,000개가 전세계 총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대세가 된지 오래다. 글로벌 기업들은 본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지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든 활용 가능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필자가 뉴욕에 주재할 때 ‘이스라엘 상공인 협회’는 우리나라의 아시아 지역 진출 역량을 높게 평가하여 수시로 인재 추천을 요청하였다. 이스라엘은 종교적 이유로 불교 문화권인 태국, 이슬람 문화권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이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어, 외국 종교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었지만,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GM이 중국 자동차 시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우리나라 협력사들과의 동반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글로벌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한중 FTA로 인해 완성차 업체나 1차 벤더 뿐 만 아니라 한중 양국의 2차 및 3차 벤더들의 참여 기회도 높아졌기 때문에 국내의 협력사가 100개 기업만 진출하더라도 최소한 1만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이 동반 진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전문적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호주, 뉴질랜드, 몽골, 남아공, CIS 등 자원 개발이 활발한 지역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자원 전문 인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인재의 당위성은 우리나라의 기업 생태계에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징후를 살펴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 이후 한국을 떠나서 해외에 투자한 기업은 2014년말 현재 60,928개에 달하고 미화 2,865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었다. 지난 한 해에만 2,463개사가 해외로 나가면서 269억 달러를 투자 자금으로 갖고 나갔다.

해외 사업장 확대는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도 글로벌 시장 확보를 위하여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반면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2014년 말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투자기업은 31,168개에 달하여 국내 인력 시장에서 이미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선호도로 나타나고 있는 데 국내 교육시스템은 세계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고등교육 이수자만 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교육 인프라 부문은 2015년 비교 대상 국가 60개국 중 32위로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였지만, 대학 진학률만 놓고 본다면 71%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모순된 양면을 갖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 시스템의 부재는 미래 주역인 청년 리더들의 해외 유학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학위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유학생은 이미 15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2014년 한 해에만 미화 37억달러의 교육비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

글로벌 인재의 육성 필요성은 우리나라의 대외 지향적인 경제 체제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의존도(국내 총생산에서 대외교역이 차지하는 비중)는 2014년 말 기준 76%에 달하여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높다.

세계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52개국으로 전 세계 시장의 73.5%에 달한다. 미국, EU, 인도, 중국, 터키, 아세안, 싱가포르, 칠레 등 광대한 전략 시장을 경쟁국보다 앞서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 특화된 글로벌 인재가 우선 확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날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미래 주역들의 도전과 성공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 정립에 필연적인 과정일 것이다.

“조만간 인재 부족 사태가 점점 심화되면서 모든 기업과 국가에게 고급 전문 인력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이라고 전망한 미래학자 제임스캔톤의 주장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학교와 정부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여 글로벌 인재의 육성에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