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경남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트윈워시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조립 공정에 IT 기술을 접목, 15초였던 대당 조립 시간을 최근 12초로 줄였다.

드럼세탁기 한 대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LG전자 창원 공장에선 12초 만에 한 대를 조립해낸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보통 분속 60m)를 타면 4층에 닿는 짧은 순간이다.

이런 창원 공장이 최근 세탁기 조립 시간을 줄이는 문제로 고심했다. 지난 7월 말 신제품 '트윈워시'를 생산하면서 대당 조립 시간이 15초로 늘었기 때문이다. 트윈워시는 통돌이세탁기 위에 드럼세탁기를 앉힌 독특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오직 창원 공장에서만 만든다. 정밀한 조립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진동이 훨씬 세고 복잡해서 손이 많이 간다. 예컨대 위에 앉히는 드럼세탁기는 문이 훨씬 무거워졌다. 도어와 본체를 지지해주는 경첩(힌지)이 2개에서 4개로 늘었다. 조작부와 세탁기 본체를 연결하는 전선(電線) 공정도 추가됐다. 그렇게 복잡한 공정인데도 일반 드럼세탁기와 3초만 차이가 나는 15초까지 조립 시간을 줄인 건 창원 공장 생산 시스템의 힘이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의 트윈워시가 물건이 달릴 만큼 인기를 끌면서 3초가 주는 압박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한 대당 15초라면 1분에 트윈워시를 4대 만들 수 있지만 12초로 줄이면 5대가 나온다. 트윈워시의 평균가격이 250만원 정도니 한 시간에 약 1억5000만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360억원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의 경제적 가치가 엄청난 것이다.

결국 이 3초를 잡기 위한 '공정 개선 TF(특별팀)'가 만들어졌다. '부품 공급 속도를 올리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최적화된 공정에서 3초를 더 줄인다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리저리해도 안 잡히던 3초를 단축한 계기는 '손 안 대고 검사하기'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숙련된 작업자가 조작부의 버튼을 손으로 일일이 눌러보던 테스트 공정을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트윈워시는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NFC로 교신해 정상 작동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에 착안해 무선통신 검사를 도입한 것이다. 근로자 머리 위 궤도에 달린 검사 장비가 세탁기를 따라가며 공정별로 무선신호를 보내고, 트윈워시의 응답을 해석해 정상 작동 여부를 판명하는 것이다. 덕분에 트윈워시는 지난주부터 12초당 1대의 속도로 생산되고 있다.